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H-LINE해운에 인도한 18만 톤급 LNG 추진 벌크선의 시운전 모습. 해당 선박은 인공지능(AI)이 선박 장비 상태를 진단하는 'AI선원'을 탑재했다. /HD한국조선해양

[더팩트 | 김태환 기자]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부문에서의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인해 저탄소 연료 사용 압박이 커지면서 해당 선박에 대한 수요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29일 조선업계에서는 현재 2조2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친환경‧첨단 선박 장비 시장이 연평균 세계 시장 성장률 14%를 적용해 오는 2027년 12조5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친환경·첨단 선박 시장이 커지는 것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넷 제로(탄소 중립)'를 선언한 것의 영향이 반영됐다. IMO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 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연례회의에서 2050년 무렵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내년부터 해운 분야에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적용하기로 했다. 선사들은 온실가스 배출 규모에 따라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며, 5000GT(총톤수) 이상 선박은 2024년부터 배출량의 40%, 2025년 70%, 2026년 100%를 구매해야 한다.

이처럼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LPG(액화석유가스),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건조를 늘리고 있다.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개발을 위해 R&D 투자도 늘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연구·개발비는 올해 상반기 5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2% 증가했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16.6%(53억 원), 11.1%(31억 원)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선박 수주가 전 세계 발주량의 29%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고부가 선박과 친환경 선박은 전 세계 발주량의 61%, 50%를 각각 차지해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도 국내 조선3사가 선도하고 있다. 전 세계에 발주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총 109척 중 HD한국조선해양 43척, 삼성중공업 16척,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2척 등 한국이 61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친환경 선박에 이어 자율운항 선박에 대한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트의 보고서를 보면 자율운항 선박 관련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12.6%씩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2357억 달러(306조739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운항 기술은 해상 운송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최적의 경로 설정으로 운항 효율성을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어 미래 해상 운송의 혁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H-LINE해운의 18만 톤급 LNG 추진 벌크선에 AI기반 기관자동화솔루션을 탑재 후 인도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H-LINE해운과 공동으로 개발해 탑재한 기관자동화솔루션은 선박 주요 장비에 대한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화재와 같은 비상·돌발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선박 운항 시 기관사·갑판원을 대신하는 AI선원 역할을 수행한다.

삼성중공업도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5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에 독자 개발한 원격자율운항 시스템(SAS)과 스마트십 시스템(SVESSEL)을 탑재하고 거제를 출발해 제주도를 거쳐 대만 가오슝항까지 약 1500Km를 운항하며 자율운항기술의 실증을 완료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30년이었던 선박 교체주기가 10년으로 앞당겨진 상태이다"며 "친환경 수요에 대응하고, 운항 효율을 높이는 AI 기술을 적극 추진해 관련 선박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