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연습·고민 상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것"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단23 컨퍼런스'에서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초거대 AI(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지혜·이선영·박지성·우지수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최근 '묻지마 범죄'라는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 이어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도 묻지마 흉기 난동이 일어났고, 모방범죄도 연거푸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외출을 꺼린다는 이야기가 빈번히 들리는 요즈음입니다.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가 말썽이라면, 증권가에서는 단기차익을 노린 '묻지마 투자'가 기승입니다. 올해 초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시작된 테마주 열풍은 꺼지기는커녕 더욱 활활 타오르는 모양새입니다. '회사 이름이 소재를 연상케 해서', '상용화가 되면 수혜를 입을 것 같아서' 등 자의적 기준을 토대로 구성된 테마주는 신용융자 잔고를 크게 높이는 등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신소재 맥신(MXene)과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환심을 샀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선전포가 인상 깊은 한 주였습니다. 삼성물산은 '고객 맞춤형 공간 변화'와 '차별화된 주거 경험'을 새로운 방향으로 하는 '넥스트 홈(The Next Home)'의 청사진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주거공간을 거주자 마음대로 디자인하는 게 골자인데요. 삼성물산이 천편일률인 주거문화를 바꿀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IT 부문에서는 네이버의 선전이 두드러졌습니다. 네이버는 AI(인공지능)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여 업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가 세상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 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번 주 열린 컨퍼런스 이야기부터 살펴보시죠.
네이버의 AI 챗봇 서비스 '클로바X'에 코엑스에서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클로바X는 지하철 노선과 환승역에 대한 정보는 잘 제시했지만, 예상 소요 시간은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을 했다. /클로바X 사용 화면 캡처 |
◆ 챗GPT 잡을 네이버의 무기, '클로바X' 만나보니
-네이버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단23 컨퍼런스'를 열고 두 번째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습니다. 같은 날 네이버표 '챗GPT'로 불리는 '클로바X'도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클로바X의 한국어 실력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클로바X를 움직이는 두뇌는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입니다. 초거대 AI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투입해야 합니다. 또한 인간의 두뇌활동을 모방한 알고리즘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만든 초거대 AI는 클로바X처럼 다양한 AI 서비스의 근간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인프라인 셈이죠.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단23 컨퍼런스'에서 "네이버는 생성형 AI 시대에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아는 회사'라고 자부한다"면서 "(외국산 초거대 AI 모델과 달리)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과 한국 사회의 맥락과 제도, 법을 이해하고 있는 AI라는 점에서 하이퍼클로바X가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일반 이용자가 하이퍼클로바X의 기술력을 체감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클로바X일텐데요. 실제로 클로바X의 한국 문화 이해도는 어땠습니까?
-전반적으로 훌륭한 이해도를 갖췄습니다. 특히 비슷한 서비스인 오픈AI의 챗GPT와 비교했을 땐 확실히 나았습니다. 기자는 예시로 클로바X와 챗GPT에 각각 코엑스에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을 찾아가는 경로를 물어봤습니다.
클로바X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잠실나루역 방면 열차를 탑승한 뒤, 2호선 합정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해 망원역 방면 열차를 타고 DMC역까지 가라고 안내하더군요.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 소요시간은 35분으로 안내했습니다. 같은 경로를 네이버지도 길찾기를 통해 확인해 보면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옵니다. 아직 세밀한 내용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반면 챗GPT는 낙제 수준의 답변을 했습니다. 일단 삼성역에서 2호선을 타라는 것까지는 똑같았습니다. 이후 2호선 시청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할 것을 권하는데요. 서울 지하철 시청역은 1호선과 2호선의 환승역입니다. 불가능한 미션은 계속됩니다. 5호선을 타고 가다가 DMC역이 나오면 내리라는 설명입니다. DMC역은 지하철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의 환승역이기 때문입니다. 챗GPT는 예상 소요시간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네이버의 AI 챗봇 서비스 '클로바X'는 네이버 내·외부 서비스와 연계되는 '스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현재 쏘카 등 기업들과 스킬 관련 협업에 나서고 있다. /클로바X 사용 화면 캡처 |
-챗GPT와 클로바X의 한국 문화 이해도가 확실히 차이가 나는군요. 클로바X만의 특별한 기능은 또 없을까요?
-클로바X는 일부 답변에 근거가 된 사이트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일례로 매운 떡볶이 레시피를 묻자 답변 하단에 레시피 공유 사이트 '만개의 레시피'로 향하는 링크를 삽입했습니다.
네이버의 내·외부 서비스와 클로바X를 연결하는 '스킬' 기능도 눈에 들어옵니다. 스킬은 클로바X 검색창 오른쪽에 작게 표시된 활성화 버튼을 눌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을 켜고 클로바X에게 후드티 추천을 부탁했는데요. 네이버쇼핑과 연결해 제품을 추천했습니다. 홈페이지 링크도 제시해 구매로도 쉽게 연결됐습니다. 네이버는 쏘카 등 외부 기업들과 협업해 스킬 기능을 고도화하면서 클로바X의 사용성을 높인다는 구상입니다.
-클로바X 사용소감을 종합해 본다면요?
-클로바X는 업무제안서나 공문처럼 형식이 정해진 문서는 작성 속도와 정확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반면, 시 쓰기 등의 창의와 창작이 요구되는 질문은 다소 어려워하거나, 답변을 피하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또한 '오늘 날씨', '지금 교통상황' 등 실시간 정보 기반의 답변도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네이버는 클로바X가 이제 막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서비스인 만큼, 계속해서 고도화를 통해 성능을 올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는 9월에는 하이퍼클로바X를 붙인 검색 서비스 '큐(CUE):'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은 '단23 컨퍼런스'에서 "클로바X가 개인의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도구의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클로바X는 뛰어난 한국어와 영어 능력과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업무 보고서나 자기소개서처럼 비즈니스 글쓰기에 도움을 받는 것부터 면접 연습, 고민 상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 AI 시대에 네이버의 도전이 본격 시작됐군요.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의 선전으로 한국의 AI 주도권을 확보할지 지켜봐야겠군요.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