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미래 준비 속도…'AI 랩' 찾아 전략 점검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2일 캐나다 토론토 LG전자 'AI 랩'을 방문해 AI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케빈 페레이라 LG전자 토론토 AI 랩장, 이홍락 LG AI연구원 CSAI, 배경훈 LG AI연구원장. /LG그룹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이후 수년간 준비한 '미래 사업'을 점검하고, 새로운 육성 전략을 세우기 위한 행보다. 특히 인공지능(AI) 사업을 적극 챙기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각별한 관심 아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진 LG의 AI 사업은 현재 미래 성장 동력으로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구광모 LG 회장의 'AI 현장 경영'
구광모 회장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 역량 강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마곡 LG AI연구원, 오송 LG화학 생명과학 공장, 마곡 LG화학 R&D 연구소,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 등 국내 주요 사업장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글로벌로 현장 경영을 확대했다. 그동안 구광모 회장은 ABC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조직 체계를 가다듬고 인재를 영입하는 등 기본 역량 확보에 주력했는데, 이제는 글로벌 무대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심 역량들을 키워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1일부터 나흘 동안 이어진 미국·캐나다 출장이 구광모 회장의 대표적인 미래 준비 행보다. 초점은 바이오와 함께 'AI'에 맞춰졌다.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LG 사업 구도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는 게 구광모 회장의 생각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2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LG전자 'AI 랩'을 방문했다. 2018년 만들어진 'AI 랩'은 그룹 최초의 글로벌 AI 연구 거점이다. 'AI 랩'은 토론토대와 산학 협력 과제를 수행하며, LG전자 내 AI 분야 선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AI 랩'의 선진 연구 결과들을 스마트홈·스마트카 솔루션, 온라인 채널 등에 접목해 고객 경험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LG AI연구원 배경훈 원장, 이홍락 CSAI(Chief Scientist of AI), LG전자 김병훈 CTO(최고기술책임자) 등과 사업 현장의 AI 추진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미래 R&D 방향, 계열사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더욱 높이고, 필요한 핵심 역량 강화에도 힘쓰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LG의 제품·서비스, 조직 운영에 AI를 활용하는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구광모 회장은 "AI 관련 기술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들이 계열사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빠르게 적용해 가며 이를 통한 레슨런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가자"고 말했다. 또 "AI를 통한 혁신도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차원을 넘어, 고객의 관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치열하게 고민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달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에서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발표하고 있다. /LG그룹 |
◆ AI, LG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지개
LG가 AI·데이터 분야 R&D에 2026년까지 3조6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계획한 건 구광모 회장의 강력한 육성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구광모 회장이 직접 AI를 챙기면서 기술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2020년 설립한 AI 싱크탱크 LG AI연구원은 캐나다 토론토대뿐만 아니라 미국 미시간대, 서울대 등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며 글로벌 연구 허브로 도약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 중 하나인 뉴립스에서 전년 대비 4배인 12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AI 선행 기술력을 입증했다. 자체 연구 역량을 입증하는 객관적 지표 중 하나인 1저자 발표 논문 수만 10편에 달했다. 2021년과 지난해의 글로벌 AI 학회 채택 건 전체를 비교해 봐도 성과가 뚜렷했다. 출범 1년 차인 2021년에 18편의 논문이 글로벌 AI 학회에서 채택된 것과 비교해 지난해에는 3배에 육박하는 47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지난달에는 LG의 AI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LG AI 토크 콘서트'를 통해 초거대 멀티모달 AI '엑사원(EXAONE) 2.0'이 공개됐다. 2021년 12월 첫선을 보인 '엑사원'의 진화된 모습인 '엑사원 2.0'은 약 4500만 건의 전문 문헌과 3억5000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모델로 개발됐고, 학습 데이터양도 기존 모델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특히 '엑사원 2.0'의 언어 모델은 추론 처리 시간을 25% 단축하고, 메모리 사용량을 70% 줄여 비용을 약 78% 절감했다. 언어와 이미지 간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엑사원 2.0'의 멀티모달 모델은 기존 모델 대비 메모리 사용량을 2배 늘렸지만, 추론 처리 시간을 83% 단축해 비용을 약 66% 절감했다.
LG AI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엑사원' 3대 플랫폼 △대화형 AI '유니버스' △신소재·신물질·신약 관련 탐색에 적용하는 '디스커버리'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고 언어를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아틀리에' 등을 통해 다양한 정식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LG는 AI 인재 영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6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CVPR을 비롯해 세계적인 AI 학회에 LG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참여해 각사 최신 AI 기술을 시연하면서 채용 상담도 열었다. 특히 AI 학회에 참가한 한국인 AI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LG의 AI 기술 개발 현황과 인재 육성 계획을 설명하는 네트워킹 행사 'LG AI Day'를 별도로 개최했다. LG는 국내 최고 AI 전문가들의 핵심 이론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LG 에이머스'를 운영하며 청년 AI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인 학회에 연구 성과를 알리면서 글로벌 AI 우수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는 등 미래 AI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