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윤리위원회' 구성 마무리
정경유착 차단? 의구심 여전
류진 "위원 명단 보면 실망하지 않을 것"
전경련이 정경유착 등 권력의 외압을 차단할 내부 통제 시스템으로 '윤리위원회'를 설치한다. /이성락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기관 명칭을 바꾸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로 탈퇴한 4대 그룹이 합류하며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
그렇다고 부활을 위한 첫 발걸음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정경유착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대 그룹이 추후 실질적 활동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정경유착 방지안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전경련이 새 출발을 둘러싼 여러 의심을 지울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신설되는 '윤리위원회'의 역할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다음 달 산업부의 정관 개정 승인 이후 한경협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윤리위원회' 구성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전경련은 전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기관 명칭(한경협) 변경,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한경협 흡수 통합 등의 안을 의결하면서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윤리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될까. 정경유착 등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내부 통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류진 회장은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며 "그 첫걸음으로 '윤리위원회'를 신설한다. 단순한 준법 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윤리위원회'를 통한 구체적인 정경유착 방지안이 나온 건 아니다. '회원사에 대한 물질적·비물질적 부담을 심의한다'고만 설명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금이 '윤리위원회'를 거치게 되고, 만약 '윤리위원회'에서 반대하면 이를 추진할 수 없도록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류진 전경련 회장은 '윤리위원회' 위원 구성과 관련해 "명단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헌우 기자 |
재계에서는 아직 '윤리위원회'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위원회가 정경유착 재발을 막을 장치로 충분한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정치인인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한경협 고문을 맡고, 공석인 상근부회장으로 외교부 관료 출신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거론돼 실천 의지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실제로 4대 그룹은 한경연이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되며 자연스럽게 한경협으로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을 걱정해 회비 납부, 회장단 참여 등은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경우 정경유착, 회비 부정 사용, 불법 행위 등이 있으면 즉시 한경협을 탈퇴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4대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윤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사항 등 시행세칙을 마련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원들이 공개되면 '윤리위원회' 운영에 대한 신뢰성·타당성 등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류진 회장은 "그 누가 보더라도 '윤리위원회'는 진짜 잘 됐구나 (생각이 들도록) 구성하려고 한다"며 "먼저 위원장을 내정했는데, 다른 위원분까지 선임을 마친 후 한꺼번에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후 (위원 명단을 보면) 아마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윤리위원회'가 '허수아비 조직'이 되지 않으려면 한경협에서 자율성이 보장된 독립된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윤리위원회'는 준감위만큼 철저하게 독립성이 보장된다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신뢰와 독립성 보장"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