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플레이스, CJ 결별 후 영업이익 하락세…문영주 대표 기용
지난달 기습 가격 인상에 소비자 커피값 걱정 가중
투썸플레이스가 지난달 신임 대표로 선임한 문영주 전 버거킹 회장이 당사 실적 회복을 이끌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왼쪽 작은 사진은 문영주 투썸플레이스 대표이사. /우지수 기자·투썸플레이스 |
[더팩트|우지수 기자] 투썸플레이스 문영주 신임 대표의 첫 행보는 '깜깜이 가격 인상'이었다. 투썸플레이스는 CJ와 분리된 후 수익성이 하락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달 문 전 버거킹 회장을 구원투수로 기용했다. 투썸플레이스는 같은 달 25일 음료 10개 가격을 기습 인상하면서 소비자의 빈축을 샀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이 문 대표의 취임과 맞물리면서 투썸플레이스 수익 개선 계획의 신호탄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더팩트> 취재 결과 최근 영업이익 하락세를 보이는 투썸플레이스가 음료값 인상, 멤버십 혜택 축소 등 가격·서비스 정책을 손보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수장을 맡게 된 문영주 대표가 당면과제인 수익성 개선에 본격 집중하는 모양새다.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이라고도 불린 문 대표가 당사를 회복세로 올려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10년 만에 커피 가격을 올렸는데 올해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소비자의 걱정이 나오기도 했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 CJ푸드빌이 론칭하고 운영하던 투썸플레이스는 2019년 4월, 2020년 7월에 걸쳐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되며 CJ그룹과 결별하게 됐고 이후 2021년 11월에 글로벌 투자회사 칼라일그룹에 인수됐다. 투썸플레이스는 CJ와 완벽히 분리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당사 매출은 △2020년 3641억 원 △2021년 4118억 원 △2022년 4282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020년 405억 원 △2021년 372억 원 △2022년 219억 원으로 내림세다.
투썸플레이스는 스타벅스 다음으로 업계 2위 타이틀을 지켜왔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1년 영업이익 422억 원을 달성한 메가커피에 업계 2위 자리도 내줬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투썸플레이스를 2019년 6월부터 4년간 이끈 이영상 전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선 수익성 악화에 대한 책임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7월 투썸플레이스는 문영주 전 버거킹 회장을 대표이사로 기용했다. 문 대표는 외식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용된다. 미국 레스토랑 베니건스, 한식 레스토랑 마켓오, 피자 전문점 미스터피자 등 맡은 업체마다 흥행을 이끌었다. 버거킹에서도 10년간 전국 매장 수를 2배 가까이 늘렸고 매출 역시 2013년 2123억 원에서 2022년 7574억 원까지 끌어올린 수완가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 상황에 부임한 문 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투썸플레이스의 수익성 회복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주 대표가 투썸플레이스에 부임한 후 처음으로 펼친 가격 정책에 대해 소비자들은 '깜깜이 인상'이라며 눈총을 보냈다. 당사는 지난달 25일 10개 음료의 가격을 최대 9.1%까지 인상했는데 제대로 된 공지 없이 가격이 인상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음료 중 망고프라페의 가격 인상폭이 5500원에서 6000원으로 9.1%만큼 가장 크게 올랐다. 이어 △고구마라떼 △로얄밀크티쉐이크 △블루베리요거트드링크 △스트로베리피치프라페 △오렌지에이드 △오렌지자몽주스 △자몽에이드 △초콜릿라떼 △플레인요거트드링크의 가격이 상승했다.
투썸플레이스는 가격 인상에 앞서 지난달 1일부터 멤버십 서비스 투썸하트 혜택도 줄였다. 투썸하트는 3개 등급으로 나뉘어 3000원 이상 결제 시 영수증 한 건 당 하트 1개를 적립하는 적립 시스템이다. 7월 이전엔 모바일 쿠폰을 사용해도 쿠폰 전액이 적립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사용분의 20%만 적립된다. 증정, 할인 쿠폰을 사용할 경우엔 50%만큼 인정된다. 또 블랙 등급을 달성하면 주던 자유 커피 쿠폰은 '아메리카노'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달 1일 멤버십 투썸하트 혜택을 축소했고 같은 달 25일엔 음료 10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우지수 기자 |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당사 제품 가격은 인건비, 재료비, 운송비 등 다양한 비용으로 결정된다. 앞선 비용과 매장 운영비 등이 동시에 올라 부득이하게 일부 품목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습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에는 "가격 변동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진 않았지만 홈페이지 팝업창으로 인상 일주일 전부터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거나 팝업 차단 시스템을 활용하는 고객은 가격 인상을 인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투썸플레이스는 음료 가격을 2012년부터 9년 5개월간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1월 음료 21종의 가격을 일괄 조정했다. CJ와 결별한 다음 해인 2021년엔 2019년 이후 2년 만에 디저트 가격을 평균 4% 인상했고 지난해엔 7월, 9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케이크 가격을 인상했다. 소비자들은 투썸플레이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을 필두로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음료값을 올리진 않을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투썸플레이스를 찾은 한 시민은 "음료가격이 오른 지 몰랐다. 가격이 안 오르면 제일 좋겠지만 오른다고 하더라도 알려주지 않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카페 홈페이지는 들어가 본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투썸플레이스 가격이 올랐다고 하니 다른 커피전문점도 따라 올리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민도 "커피값이 또 오르면 편의점 커피를 애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자 걱정과는 달리 커피업계는 당분간 가격 인상에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투썸플레이스와 함께 지난해 오랜만에 커피값을 올렸던 기업들은 다시 가격 조정을 감행하기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지난해 7년 6개월 만에 가격 인상 정책을 발표했다. 당장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 역시 "지난해 겨울 4년 만에 커피값을 올렸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 변동 계획이 없다"며 "공장과 물량을 확보해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썸플레이스의 가격 인상책에 대해 커피업계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를 봤을 땐 경영인이 교체되면서 가격을 통한 수익 개선을 노린 걸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원재료비나 환율, 물류 비용이 확 오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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