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공공장소 흉기 난동…유통업계 '보안책' 강화
인원‧장비 등 단기 해결책보다 법‧시스템 등 넓은 대책 필요
서울역 롯데마트에 무장한 보안요원이 배치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우지수 기자 |
[더팩트|우지수 기자] 서울역 롯데마트, 삼단봉과 가스총으로 무장한 보안요원이 고객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유통업계는 흉기 난동 등 잇따른 사건에 대응해 유동인구가 몰리는 공간의 보안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시민들은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지만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 이어 성남 서현역 AK플라자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람이 몰리는 공간으로의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이에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범죄 예방‧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 논의에 들어섰다.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수인분당선 서현역 AK플라자 1층 광장은 상권 시민들에게 ‘만남의 광장’으로 통한다. 서현역에서 약속이 있거나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였다. 충격적 사건 후 백화점은 물론 주변 상가를 찾는 손님의 발길도 끊겼다. 유사 범죄 예고 게시물도 인터넷에 속속 퍼지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예고된 범죄를 막기 위해 △보안요원 확충 △보안요원 장비 강화 △보안팀 재교육 △경찰 협력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앞다퉈 내놨다.
서울역 롯데마트를 찾은 김지은(35‧여) 씨는 "요즘 뉴스를 떠올리면 사람 많은 공간으로 외출하는 게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장에 와보니 보안요원들이 꼼꼼히 감시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걱정이 완전히 사그라들진 않더라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백화점에 공항처럼 보안 검색대를 설치해서 흉기를 소지한 사람을 사전에 차단한다면 걱정 없이 방문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사건 이후 살인사건 예고를 받은 매장에서부터 발 빠른 대책이 시행됐다. AK플라자 분당점은 보안요원을 층마다 3명씩 배치해 출입구를 지키며 순찰 근무를 강화했다. 사건 이후 이 백화점에서 다시 사고를 내겠다는 게시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작성됐기 때문이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몰과 롯데타워로 이어지는 잠실역에서 20명을 죽이겠다는 예고 게시글에 보안 인력을 기존 70~80명 수준에서 130명으로 늘렸다.
신세계그룹은 사업장별로 지역 관할 경찰서와 직통 연결망을 구축하고 비상연락 체계도 재점검했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도 순찰 근무자에게 방검복과 삼단봉 등 보호장구를 지급하고 점포 주변 순찰 강화, 장비 지급, 긴급상황 대처 요령 재교육 등 현행 보안 수준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시민들이 더운 날씨를 피해 백화점으로 모여든다. 유통업계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근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우지수 기자 |
업체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경찰도 인력 배치를 늘리는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만, 이 같은 단기 대책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한시적 보안 강화나 경찰 배치는 오래 시행할 수 없어 꾸준히 효력을 낼 수 있는 법 제정, 사회 안전망 구축 등 거시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비업법을 손봐 보안 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수 교수는 "우리나라 경비업은 해외와 달리 아직 경찰의 관리 아래서 운영된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경비 인력들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문 경찰 인력이 도착했을 땐 사건이 벌어진 후다"라며 "경비업을 민간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한다면 업체가 맡은 건물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그들이 지게 된다. 책임과 권한이 커지는 만큼 더 뛰어난 인력을 채용해 매장 내에서 더욱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지품 검사, 보안대 설치 등 대책으로 고객을 안심시킬 수도 있겠으나 이는 기업 입장에서 경제적 손실이 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긴 시간을 두고 사회복지 측면에서 해결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적 외톨이, 소외 계층의 고립감을 줄여주는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박탈감으로 벌이는 범죄를 꾸준히 줄여가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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