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약세···지난해 5분의 1 수준
증권사 연구원 "2분기 실적 '적자' 전망"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가 불확실한 정유 사업 외 떠오르는 신사업 '지속가능연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박지성 기자]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가 불확실한 정유 업황을 타개하고자 친환경 중심의 신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친환경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정유사들도 지속가능연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유 업황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정유업계에서는 이를 극복하고자 정유 사업 외 바이오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실적 부진 늪에 빠진 뒤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총 1조456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평균 70% 감소했다.
정유사들이 불황기에 접어든 이유는 올해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다.
7월 1주차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4달러를 기록했다. 전 주인 6월 5주차(3.8달러)에 비해 0.6달러 올랐지만, 지난해 6월 4주차의 29.5달러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는 직전 분기와 비슷하거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인해 정제마진이 떨어지면서 국내 정유사 모두 2분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친환경 시대로 접어들면서 석유 제품 소비 감소는 이미 예고됐다"고 말했다.
증권사에선 정제마진 하락으로 인해 정유 4사 2분기 실적이 모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팩트 DB |
정유사들은 불안정한 업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속가능연료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콤플렉스(CLX)에 바이오항공유(SAF)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바이오항공유는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생산하는 지속가능연료로 기존 화석연료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또 지난해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2000만 달러(약 253억 원)를 투자해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합성 원유 생산 등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구 운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GS칼텍스는 대한항공 인천발 국제선 항공편에 바이오항공유를 공급할 예정이다. 실증 연구 운항은 올해 하반기부터 6개월간 실시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국내에서 사용할 바이오항공유 도입에 관한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에쓰오일(S-OIL)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한 저탄소 친환경 신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휘발유, 등유, 경유, 나프타, 폴리프로필렌 등 정유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실증사업을 시행하고, 이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바이오 기반 원료의 혼합 비율을 조정해가면서 친환경 제품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대산 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 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까지 대산 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 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항공유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이 바이오를 활용한 지속가능연료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산업 생태계가 친환경으로 전환되면서 사업 필수 조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2025년부터 바이오항공유를 기존 항공유에 최소 2%를 섞도록 의무화한 '리퓨얼 EU'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유사들은 바이오항공유 사업이 필수 요소가 됐다"며 "바이오로 활용한 연료는 일반 연료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익 창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