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롯데홀딩스 주총, 신동주 경영 복귀안 부결
9년간 9차례 실패…일각선 '발목 잡기' 지적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달 28일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9번째 경영 복귀를 시도했으나, 올해도 실패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KTX 승강장에서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응대하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 /더팩트 DB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이승우·장병문·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권한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지혜·이선영·박지성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권한일 기자] 어느덧 올해도 중반을 넘어서 하반기로 들어섰습니다. 2023년 상반기를 매듭짓는 지난 한 주에도 국내 산업경제계는 숨가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먼저 재계의 관심을 모은 롯데그룹 형제(兄弟) 간 경영 주도권 다툼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0년 간 총 4차례 매각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KDB생명보험이 최근 다섯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서면서 매각 흥행과 성공 여부에 금융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선 대형사에 비해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들의 수주·분양 실적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고 줄도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 '9전 9패'에도 "계속하겠다"…신동주, 9년째 이어진 경영 복귀 시도
-롯데그룹을 둘러싼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재차 경영 복귀를 시도했다고요?
-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본인의 이사 선임, 이사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일본 롯데홀딩스(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전달했는데요. 지난달 28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들이 모두 부결됐습니다. 경영 복귀에 실패한 것이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제안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맞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은 2016년 이후 총 9차례였는데요. 본인의 이사 선임과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등을 요구했습니다.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올해까지 '9전 9패'입니다.
-오너 일가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 복귀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임된 이유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 신동주 전 부회장은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풀리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발생한 배임 행위, 외부 업체를 통한 롯데 임직원 이메일 정보 불법 취득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이 사건으로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일본 롯데 이사직에서 연이어 해임됐죠.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경영 부적격'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롯데그룹 구성원들과 주주들은 준법경영을 위반한 사례가 있고, 경영 능력도 의심받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준법경영 위반으로 해임된 후 주주와 임직원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영 복귀 시도 이전에 주주로서 책임 있는 자세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계속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 게 다소 무리한 행보로 보이는데, 숨은 의도가 있을까요?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기가 일본 롯데를,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각각 경영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사실상 동생을 상대로 회사를 쪼개 반쪽을 내놓으라는 요구였습니다.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에서 비즈니스가 연결돼 있는 데다 경영권을 나누는 것도 신동빈 회장 개인이 결정할 수 없는,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지는 요구인데요. 자기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이 없고, 스스로 일본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든 상황에서 '발목 잡기라도 하겠다'는 의도로 매년 주주제안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내년에도 경영 복귀를 시도하겠군요.
-그렇죠. 명분은 '롯데그룹의 경영 정상화'입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 주주총회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이번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목 잡기' 행위를 이제 멈춰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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