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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쥐어짜고 있는데"…건설업계, 원가 부담에 실적 개선 '까마득'
입력: 2023.06.21 15:55 / 수정: 2023.06.21 15:55

철근·레미콘 값 인상→수익성 '직격타'
전기료 인상…"그나마 남은 흑자도 불안"
원가 상승분 공사비·분양가 반영 한계


레미콘·철근 등 주요 자재값 추가 인상 움직임에 건설사들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 /더팩트DB
레미콘·철근 등 주요 자재값 추가 인상 움직임에 건설사들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 /더팩트DB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업계 분위기가 최악이에요. 문제는 건설 경기가 이렇게 된 명확한 이유조차 모른다는 거예요… 분명한 건 원가가 너무 올라서 수익을 쥐어짜고 있고, 수주·착공을 꺼리는 기업이 태반이라는 겁니다." (중견건설사 A 부장)

불황의 터널을 걷고 있는 건설업계가 자잿값 추가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여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가운데 전기요금에서 촉발된 시멘트·철강재 가격 조정이 가시화되면서 실적 개선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작년부터 올 상반기에 걸쳐 전기요금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특히 산업용 전기료는 작년 12.5% 인상에 이어 올 1분기에 24.95% 올랐다. 지난달 발표된 2분기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2021년 기준 전기료보다 50%가량 치솟았다.

올 하반기에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산업계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시공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멘트(레미콘)·철근 가격이 들썩이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자재가 총매입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수익성이 일제히 쪼그라든 건설사들의 실적보고서를 보면 철근·레미콘값 인상이 한몫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된 태영건설의 올 1분기 철근(t)·레미콘(㎥) 매입 단가는 호황기이던 2년 전보다 각각 40%, 25% 급등한 100만1000원, 8만4500원이었다. 이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은 2년 만에 56% 줄면서 193억 원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2.7%였다.

금호건설의 1분기 철근(t)·레미콘(㎥) 매입 단가는 2년 전보다 33%, 25% 오른 95만3000원, 8만4500원이었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년 전보다 77% 급감한 51억 원에 불과했다. 또 영업이익률은 2021년 5.4%에서 올 1분기 1%로 주저앉았다.

불과 2~3년 전까지 70~80%대였던 주요 건설사들의 시공 원가율은 작년 하반기부터 90%를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이 2%대 이하인 기업도 수두룩하다. 매출이 늘었지만 역성장과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이유다.

전기료 인상으로 주요 시멘트사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조정할 방침이다. 사진은 수도권 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인 모습. /권한일 기자
전기료 인상으로 주요 시멘트사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조정할 방침이다. 사진은 수도권 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인 모습. /권한일 기자

상황이 이럼에도 전기료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시멘트·철근 업체들이 앞다퉈 단가를 인상하겠다고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실적은 갈수록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시멘트업계 1위 쌍용C&E는 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톤당 11만9600원으로 14.1%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성신양회도 톤당 12만 원으로 14.3% 인상할 방침이다. 유연탄을 녹이는 킬른(소성로)을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하는 등 전기료가 시멘트 제조원가의 약 25%를 차지해 단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철강사들의 철근값 인상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1원 오르면 주요 철강사들은 약 1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지난달 전기료 인상으로 현대제철은 약 500억 원, 동국제강은 200억 원 가량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

시멘트·철강업계 모두 탄소중립 목표가 강화되면서 노후 설비 투자와 전기로 비중 확대 등이 진행 중이라 비용 확대와 수익 감소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커지는 시점이었다. 이런 가운데 잇단 전기요금 조정은 단가 인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 같은 자잿값 상승분을 공사비나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분양률이 치솟고 아파트 거래량도 늘고 있지만 전국적인 미분양 적체가 여전하고 공사비 인상 요구에 따른 시공 지위 박탈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건설·시행사 대부분은 기존 분양 일정을 4분기나 내년으로 멀찌감치 미룬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지방 일부 단지에서 할인 분양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추후 분양가 인상 대신 '땡처리 분양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올 수 있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축·토목 분야 특성상 시공 원가에 관여하는 업종이 많다"며 "원자재를 납품받아서 완성하는 건설업은 '하청 업종'이고 원청 업종에서 자재 단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이를 수용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건설업계는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미분양 걱정으로 분양을 미루고 보는 현실에서 시멘트·철근값이 요동치더라도 분양가에 반영을 못 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그나마 일부 흑자였던 수익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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