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8년 만에 최저수준 하락
엔화 반등 시점 노린 엔화예금도 늘어
일본 엔화 가치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이면서 환차익을 보기 위해 엔화 예금을 개설하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는 추세다. /뉴시스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환차익을 보기 위해 엔화 예금을 개설하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중앙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하면서 엔화 반등을 제약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여행도 활발해지면서 엔화를 사 모으는 개인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 예금 잔액은 약 8075억엔(1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엔화 예금이 폭증했던 지난달 말(6978억엔)과 비교하면 1097억엔(16%) 늘어났다.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 5789억엔을 기록한 이후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은 6978억엔으로 전달 대비 1190억엔(16%) 증가했다.
최근 금융 소비자들이 '엔테크'에 뛰어드는 이유는 원·엔 환율이 2015년 6월(최저 100엔=880원)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 52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55원(하나은행 고시)을 기록 중이다.
특히 장중 기준 연고점을 찍었던 지난 4월6일(1003.61원)과 비교하면 약 두 달여만에 100원 가까이 하락했다. 최근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사이에서 '쌀 때 사두자'는 수요가 늘어났다. 추후 엔화 가치가 반등하게 되면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BOJ가 우에다 가즈오 총재 취임 후 두 번째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하면서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우에다 총재는 연간 인플레이션이 2%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BOJ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기존과 같은 '0%에서 ± 0.5% 정도'로 유지하기로 했다. BOJ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물가나 임금 동향을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완화 기조 유지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BOJ이 당분간 현행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오모리 쇼테루 미즈호증권 수석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우에다 총재가 국회에서 매일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6~7월에 당장 정책을 뒤집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면서 "정책을 일부 수정한다고 하면 힌트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엔화가 저렴할 때 산 뒤 여행할 때 쓰자는 심리도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은 148만5911명에 이르며, 이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3268.5% 대폭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