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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CJ제일제당, 기싸움에서 진흙탕 다툼으로…장기전 돌입
입력: 2023.06.13 00:00 / 수정: 2023.06.13 00:00

쿠팡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 사라져 중소기업 빛 봐"
CJ제일제당, 신세계그룹과 손잡아


납품단가 갈등을 겪고 있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반 년간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다. /더팩트 DB
납품단가 갈등을 겪고 있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반 년간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납품단가를 둘러싼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견해와 유통·제조사가 납품단가를 협의할 때 통상 발생하는 일이라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행보를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이라고 명명하고 합의점을 찾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신경전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둘로 갈렸다. 각축전에 한 표를 던진 A 업계 관계자는 "주도권 다툼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반드시 겪어야 할 상황이다"며 "쿠팡은 CJ제일제당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오랜 기간으로 봤을 때 이익 구조나 매출 증대에 위험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CJ제일제당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통상 벌어지는 사례라는 B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협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유통·제조사 간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는 일이다"며 "최근 양사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날을 세운다는 보도를 봤는데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사는 △햇반 △비비고 만두 등 일부 간편식의 납품단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첨예한 입장 차로 갈등을 빚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무리한 마진율을 요구했는데 맞추기 힘들다고 말하자 발주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발주 약속 물량을 공급하지 않는 갑질을 해왔다고 목소리를 냈다. 현재 쿠팡에서 로켓배송으로 햇반 등 CJ제일제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 다만 쿠팡이 직매입하는 것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판매하는 CJ제일제당의 제품은 살 수 있다. 정리하면 서로 '갑질을 당했다'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인데 이 갈등이 반 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기싸움은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신세계그룹과 손을 잡고 공동으로 상품 개발에 나선다고 밝히며 동맹 구축에 나섰다. 쿠팡은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대기업이 빠지니 중견·중소기업의 매출이 올랐다며 대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맹비난했다. 사실상 CJ제일제당을 저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세히 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8일 신세계그룹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상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올해 4분기 내 만두·밀키트·비건 제품 등을 중심으로 혁신 제품을 선보인다. 또 CJ제일제당이 올해 하반기 출시 준비 중인 주요 신제품들을 신세계 플랫폼에 먼저 공개한다. 협의 완료된 품목은 △HMR(만두 등) △K-스트리트 푸드(분식류) △ESG(케어푸드 등) 등 총 5가지 카테고리다. 이 제품들은 오는 8월부터 차례로 △이마트 △SSG닷컴 △G마켓에서 만나볼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파트너십은 최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손을 맞잡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며 "기업 간 시너지를 통해 혁신 제품을 지속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 11일 공정하게 열린 온라인 매대의 힘, 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 쿠팡서 빛 본다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상 CJ제일제당을 저격했다. /더팩트 DB
쿠팡은 지난 11일 '공정하게 열린 온라인 매대의 힘, 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 쿠팡서 빛 본다'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상 CJ제일제당을 저격했다. /더팩트 DB

쿠팡은 지난 11일 공식 보도자료(공정하게 열린 온라인 매대의 힘, 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 쿠팡서 빛 본다)에서 CJ제일제당을 돌려서 저격했다. 쿠팡은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 오름세를 소개하면서 수십 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의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즉석밥 등 식품 품목마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중견기업 제품은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가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이다"며 "대기업에 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중소·중견 기업들이 공정한 판매 환경에서 고객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쿠팡이 버팀목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CJ제일제당이 신세계와 손잡은 일로 쿠팡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이 쿠팡과의 갈등 국면에서 판세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에서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네이버쇼핑의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다. 지난달에는 11번가의 익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 연합 캠페인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결정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쿠팡은 온라인 시장 지배력을 활용한 가격 결정권을 갖기 위해, CJ제일제당은 결정권을 빼앗겼을 때 이익 하락의 위험을 고려한 반격이라고 여겨진다"며 "결국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인데 현재 양사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더라도 어느 한 쪽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합의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LG생활건강(LG생건)도 생활용품 등 제품 판매를 두고 쿠팡과 대립했다. 2019년 LG생건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하고 쿠팡에서 철수했다. 쿠팡을 떠난 LG생건은 G마켓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 손잡고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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