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1612개 상장사 재무상황 분석
재무건전성 경고등…기업건강지표 악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한일 기자 |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국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여 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5% 가량 줄었고 이자비용은 크게 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 등 '기업건강' 지표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지난해 상장사 1612개(대기업 159개·중견기업 774개·중소기업 679개)의 재무상황을 각각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 등 4개 부문별로 구분한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조사대상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2년 연속 순성장이다. 반면 분기 성장세는 갈수록 둔화됐다.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는 가파른 성장세 였으나 이후 성장이 주춤했다.
조사기업들의 작년말 총자산은 전년말 보다 6.5% 늘었지만 동기간 총부채는 10.4% 증가해 총자산 증가 폭을 앞질렀다.
영업이익증감률은 전년 대비 34.2% 꺾여 크게 후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과 2021년, 각각 22.7%, 60.8%의 고성장을 보인 것과 정반대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44.1%, 중소기업이 3.1% 하락했다. 중견기업은 9.2%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이후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의 최전선에 있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기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동반하락했다. 매출액 중 영업이익 비중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5%로 전년 대비 3.2%포인트 하락했고, 매출액당기순이익률 역시 전년 대비 3%포인트 내려앉은 3.6%를 기록했다.
2022년 기업 건강도 분석 결과. /대한상공회의소 |
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31.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조사대상 기업에서 발생한 이자비용은 14조2000억 원이다. 분기별로는 1분기 2조6000억 원, 2분기 2조9000억 원, 3분기 3조4000억 원, 4분기 5조2000억 원이었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인 이자보상배율은 전년(10.1배)의 절반 수준인 5.1배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급격히 오른 금리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상승추세와 유사하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기업의 안정성도 나빠졌다. 조사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79.9%로 전년 대비 4.8%포인트(p) 상승했다. 대기업은 4.6%p 오른 77.5%, 중견기업은 6.2%p 오른 96.2%, 중소기업은 0.4%p 늘어난 44.5%로 집계됐다.
기업의 차입금의존도(19.2%)는 전년 대비 0.5%p 올랐다. 자기자본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도 전년 대비 1.5%p 떨어진 55.6%를 기록했다. 최근 4년중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의 활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도 하락했다.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4년중 가장 높은 수준인 7.7%로 나타났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도 10.6회로, 2019년 11.2회, 2020년 11.1회, 2021년 11.7회보다 낮아졌다. 재고자산 비중이 높고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을수록 기업 활동성이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영업이익은 크게 깎이고 기업의 부채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업현장의 우려가 크다"며 "기업활력 회복과 경기진작을 위한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w@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