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신용카드 사용액 가장 많이 줄어
청년층, 금리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고물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른바 '거지방'으로 불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참여 인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화면 캡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2030세대가 카드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본인의 절약 습관을 공유하고, 소비를 점검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일명 '거지방')은 참여 인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거지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실제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 취재진이 직접 체험해 봤다.
취재진은 이달 5일부터 9일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속 거지방에 직접 들어가 생활했다. 올해 4월쯤 활성화된 거지방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거지방은 연령별, 소득별로 자신이 원하는 방을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모든 거지방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은 자신의 소비 내역을 채팅방에 공개하는 것이다.
거지방 입장을 시도해 보니 일부 대화방은 대화 인원이 몰려 입장이 불가하기도 했다. 직장인만 참여할 수 있는 50명 정도의 인원이 모인 단체방 2곳에서 거지방을 체험할 수 있었다.
거지방에 들어가자 공지를 읽고 닉네임을 변경해달라는 메시지가 떴다. 닉네임 옆에 '절약 ~원 하기', '~원 모으기', '목표금액과 사용금액' 등을 자유롭게 작성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도록 했다. 거지방에서는 참여자들이 점심, 저녁에 지출한 금액을 올리면 과소비를 한 사람에게는 채찍질과 함께 절약하는법을 알려줬다.
거지방 참여자들은 "출근길과 점심때 커피 안 사 먹기 챌린지를 6월 내내 성공했다", "저녁은 집밥을 먹는다" 등 검소한 소비를 자랑하거나 절약을 권유했다. 커피전문점 할인 카드나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는 일명 '혜자카드'를 서로 추천하기도 했다.
5일간 거지방을 이용하니 실제 지출이 줄었다. 통신비, 공과금 등 고정비를 제외한 식비는 전주 대비 3만9800원 감소했다. 거지방에 처음 참여한 참여자들은 지출을 보고하는 게 부담스럽거나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내 적응한 뒤 자연스레 지출 금액을 공유했다. 지출을 줄인 날에는 뿌듯한 기분도 서로 나눴다.
선물 받은 커피 교환권으로 카페를 이용하고 배달 음식을 먹고 싶을 땐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가까운 거리의 가게에서 포장 주문을 했다. 프랜차이즈 커피를 고집하던 소비 습관도 참여자들끼리 응원하며 고쳐나갔다. 어느새 저렴한 가격의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을 찾고 거지방에 지출을 줄인 것을 자랑하듯 올렸다.
거지방에 참여 중인 20대 박 모 씨는 "생각하지 않고 과소비했던 날들을 반성하게 됐다"며 "지출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인지, 대체재는 없는지 한 번 더 짚어보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30대 김 모 씨는 "무심코 소비하던 것들을 거지방에 공유하면 '사치 부린다',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라' 등의 조언을 듣게 된다"며 "절약을 통한 자금 관리가 되고, 또 실질적으로 돈이 쌓이는 게 보이니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통계청 속보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20대 이하의 신용카드 이용액은 2020년 1월대비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
이와 같은 거지방의 등장은 고금리와 고물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MZ세대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 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기준금리가 3%포인트 오를 동안 20대의 연간 소비가 89만6000원(3.96%)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30대는 61만3000원(2.4%) 만큼 연간 소비가 감소했다.
최근 지표에서는 20대의 카드사용이 줄었다. 통계청 속보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20대 이하의 신용카드 이용액은 2020년 1월대비 0.8% 감소했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저조한 수치이며 마이너스를 기록한 연령대는 20대와 60대(-0.4%)뿐이다. 반면 30대와 50대는 각각 7.5%, 13%씩 대폭 늘었고 40대(1.7%)도 소폭 증가했다.
지출 감소세만큼 대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가 대부분인 '30대 이하' 계층의 대출 급증세가 두드러졌다.
30대 이하 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현재 은행권과 2금융권을 합해 모두 514조5000억 원(은행 354조8000억 원, 2금융권 159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3년 전인 2019년 4분기 404조 원(은행 278조1000억 원, 2금융권 125조9000억 원)과 비교하면 27.4% 늘어난 수치다.
김미루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가 고령층에 비해 크고, 자산 처분이나 추가 차입을 통해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