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어컨 점유율 1위" 발표에 LG '발끈'
LG, '화재 발생 2배' 통계에 "제품결함 거의 없어" 반박
올해 여름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에어컨 점유율과 안전성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DB |
[더팩트|최문정 기자] 올해 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에어컨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사는 이미 에어컨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에너지 고효율 신제품을 출시하며 여름 대비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품 외적으로도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시장조사기관 GfK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 에어컨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에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안정성을 두고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에어컨 화재 건수 통계에서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이 삼성전자의 제품에 비해 화재 발생 건수가 2배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이른 폭염에 에어컨 판매가 크게 늘었다. 가전제품 판매처인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5월 1~14일 창문형, 이동형, 시스템 에어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 40%, 20%씩 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도 지난달 1~17일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8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판매 증가세는 여름이 본격화되며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6, 7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연간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가 200만~250만 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름 대목을 앞두고 신제품 출시와 생산라인 점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스토어 청담에서 에어컨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직접 만나 강판 장기 공급계약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에어컨을 비롯한 생활가전사업 원재료 조달의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무기는 '무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무풍에어컨 1세대를 출시한 이후 꾸준히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스탠드형, 벽걸이형, 가정용 시스템 에어컨에 무풍 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창문형 에어컨에도 무풍 냉방 기능을 도입한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윈도우핏'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전체 에어컨 라인업에 무풍 기술이 적용됐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 소비 효율도 높이고 있다. 올해 출시된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냉방 효율이 최대 20% 더 높다. 무풍모드를 사용할 경우, 기존의 맥스(MAX)풍 대비 소비 전력을 최대 90%까지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홈 솔루션 '스마트싱스'를 활용할 경우, 추가 전력 절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LG전자 직원이 경남 창원시에 있는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휘센 타워II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
LG전자는 일찌감치 에어컨 생산기지인 경남 창원공장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LG전자는 "올여름 폭염이 전망돼 지난 4월 초부터 창원시에 있는 에어컨 생산라인 전면 가동에 들어갔다"며 "LG 휘센타워 등 인기가 높은 에어컨 제품을 제때 원활히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기존의 휘센 타워 에어컨 전면의 디자인을 미니멀하게 손본 'LG휘센 타워 Ⅱ'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셀프 청정관리 △펫 케어 모드 △스마트케어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소형 창문에도 설치할 수 있는 'LG 휘셋 오브제컬렉션 엣지'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직접 생산하며,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을 받았다.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2개인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해 냉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올해 선보인 2023년형 휘센 타워 에어컨의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전 라인업에 에너지소비효율 1~2등급 제품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에어컨 품질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점유율과 안전성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시장조사기관 GfK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 자사 에어컨이 수량기준 시장점유율 4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LG전자는 1분기 에어컨 점유율 32.5%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3~2023년 1분기까지 2019년을 제외하고 모두 점유율 40%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역시 36.7%의 높은 수준의 점유율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는 무풍에어컨 판매 비중이 전년 대비 2배로 늘어나는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량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는 GfK에 공식적으로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전혀 없다"며 "삼성전자가 발표한 GfK 데이터에는 LG전자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LG베스트샵 판매량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국내 시장 점유율과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가 한여름을 앞두고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양사의 자존심 싸움은 최근 소방청이 공개한 '회사별 에어컨 화재 발생 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LG전자 제조 에어컨에서 총 72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434건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약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소방청은 총 에어컨 화재 발생 건수 2055건 중, 전기적 요인이 15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품 결함은 2건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화재는 대부분 전원선을 손으로 꼬아서 연결하는 등 잘못된 이전 설치로 인한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제품결함이 원인인 경우는 흔치 않다"며 "실제로 해당 통계와 함께 화재원인별 화재건수 통계도 공개가 됐는데 제조사를 불문하고 제품결함이 원인인 화재는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LG전자는 설치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소비자 대상 냉방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인증받은 정식업체를 통한 제품 구매와 설치를 안내하는 등 화재 발생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에어컨 설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품의 성능 구현뿐만 아니라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상의 문제 예방에 힘쓰고 있다. 설치자의 숙련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설치 오류에 의한 화재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이후 전 모델은 실내기에 파워코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연결 접속부를 감축하는 최적화 설계를 적용했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