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과 KG 모빌리티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의 차량을 출시해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KG 모빌리티의 '더 뉴 티볼리'(왼쪽)와 GM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의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모습. /KG 모빌리티·GM 한국사업장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과 KG 모빌리티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가격을 대거 낮춘 차량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대형차 대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늘려 시장을 장악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을 다수 선택할 경우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차량 내장과 상품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KG 모빌리티는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 '티볼리'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더 뉴 티볼리'를 출시하면서 기본 트림 가격을 1800만 원대로 책정했다. 소형 SUV 차급에서 1800만 원대 가격을 책정한 것은 더 뉴 티볼리가 최초다.

티볼리는 KG 모빌리티가 쌍용자동차이던 시절인 2015년 출시한 차량으로,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기념비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당시 티볼리는 출시 첫해 4만5021대를, 2016년에는 5만6935대를 판매하는 등 소형 SUV 시장 점유율을 절반 넘게 확보하기도 했다.

1883만 원의 가격이 책정된 더 뉴 티볼리 V1 트림 모델은 1.6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출력 126마력, 최대토크 15.8kg·m의 동력성능을 낸다. 복합연비는 11.6km/ℓ이며,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GM 한국사업장은 지난 3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쉐보레의 소형 SUV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2000만 원대 가격에 출시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기본 트림인 LS 모델은 2052만 원의 가격이 매겨졌으며 1.2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해 139마력, 22.4kg·m의 토크를 낸다. 터보엔진을 장착해 1.2리터임에도 2.0 자연흡기 엔진 수준의 힘을 자랑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사전계약 돌입한 뒤 단 일주일 만에 계약 건수 1만3000대를 기록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GM 한국사업장과 KG 모빌리티가 저렴한 소형 SUV 상품을 선보이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이 줄어들 것이라 관측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쟁모델인 '코나'와 '셀토스' 모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코나의 경우 가장 저렴한 가솔린 2.0 모던 트림이 2468만 원부터 가격이 시작되며, 기아 셀토스도 2.0 가솔린 트렌디가 2071만 원부터 책정된다. KG 모빌리티 더 뉴 티볼리보다 188만~585만 원 가까이 비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비교해도 19만~416만 원 비싸다.

특히, 소형 SUV의 경우 주소비층이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한 수요층이기에 가격 인하 효과가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소형 SUV 시장은 일반 대중모델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하며 모델도 많아 가격에 민감하다"면서 "50만~100만 원의 차이도 굉장히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GM 한국사업장과 KG 모빌리티가) 가격 낮추며 소비자 이목 집중시킨다면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디 올 뉴 코나'(왼쪽)와 기아 'The 2024 셀토스'의 모습./ 현대자동차·기아

다만, 아직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을 따라잡기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의 기본 트림은 소비자 선호 사양을 대폭 반영해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4월 기준 기아 셀토스는 4119대, 현대차 코나는 4048대 판매됐지만 GM 한국사업장의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3072대 판매하며 현기차 대비 1000대 낮은 실적을 거두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품 가격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상품성을 끌어올린 것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면서 "회사 자체적으로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춘 '풀옵션'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고 내부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것을 뛰어넘어 인테리어와 내장 부문에서 '싸구려' 느낌이 나지 않도록 만들고 기본 옵션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