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적정성·대주주 요건 등 과제
KDB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삼일PwC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KDB생명보험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KDB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나선다. 다섯 번째 도전이다. 다만 부채비율이 3007%에 달하는 KDB생명을 인수할 적임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매각 성사까지는 자본 적정성과 대주주 요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어 임승태 KDB생명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삼일PwC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EY한영회계법인을 회계자문사로 선정하고, KDB생명의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과거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할 때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설립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가 보유한 92.7% 전량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의 본입찰 일정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산업은행은 신속한 매각을 위해 예비입찰은 생략하기로 했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실제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번번이 무산됐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 매각 추진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30일 취임한 임승태 KDB생명 대표의 어깨도 무겁다. 자본 적정성과 대주주 요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KDB생명은 손실이 누적된 탓에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16조6210억 원으로, 자기자본이 5526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3007%다. 이는 지난해 생명보험사 평균 부채비율(1802%)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재무구조가 불건전해 지불 능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탓에 KDB생명 인수자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사진은 임승태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 /KDB생명 |
아울러 KDB생명 인수자는 인수 시점부터 수천억 원의 자본 확충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162.47%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대표적인 자본 건전성 지표다. KDB생명의 RBC는 금융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웃돌고 있지만,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높아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금액에서 후순위사채와 신종자본증권 인정금액의 비중은 32.1%였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의 일종이지만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특성 때문에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다. KDB생명 자본의 32%가 갚아야 할 채무라는 의미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요건 심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1월 JC파트너스가 매각을 위한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으나, 먼저 인수한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KDB생명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다. 이에 산업은행이 JC파트너스와 주주간 계약을 해지하면서, KDB생명의 매각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일단 KDB생명은 무상감자를 통해 몸집을 줄여 새주인을 찾고 있다. 무상감자를 추진해 원매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KDB생명은 내달 8일 주주총회에서 무상감자안을 의결, 7월 10일 무상감자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감자 대상은 보통주 9486만4960주이며 감자비율은 75.0%다. 액면가는 5000원으로 감자에 따라 자본금은 기존 4740억 원에서 1186억 원으로 줄어든다. KDB생명 몸값을 낮추면서 재무건전성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의 재무 건전성과 관련해서 신종자본증권을 차환했다.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자본시장의 충격, 시장 안정판 지원 등을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정돼 있는 무상감자 역시 KDB생명의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추진 한 것으로, 그 외 매각과 관련한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DB생명 관계자는 "매각은 대주주인 산업은행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매각 과정의 객체인 당사는 관련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관리·자본 확충 그리고 매각을 위한 경영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IFRS17 하에서 K-ICS 비율 유지와 자본 건정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 사업 계획에 반영했으며, CSM에 기반한 상품 개발·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또 영업측면에서는 GA조직을 강화해 핵심 시장 공략을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 중이며, 전속 영업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영업 전략·설계사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자산운용 등을 다각도로 검토·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