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회계제도에 롯데손보 사상 최대 실적
손해보험사가 올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를 적용한 첫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삼성화재가 손보사 1위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올해 손해보험사(손보사)가 줄줄이 깜짝실적을 내며 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삼성화재가 손보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2위인 DB손해보험을 바짝 추격했다. 올해부터 도입된 신회계제도 IFRS17이 손보사 실적을 밀어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각 사 실적 공시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6000억 원가량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삼성화재는 IFRS17을 적용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6133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보다 16.6% 증가했다고 밝혔다. 1분기 연결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성장한 6127억 원을 기록했다. 구 회계제도를 적용한 전년 동기 당기순이익(4481억 원)과 비교하면 36.7% 증가한 수치다.
세전이익은 8593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1분기 보험손익은 61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늘었고, 투자손익은 238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2.8% 성장했다.
삼성화재가 1위를 굳건히 한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격전이 펼쳐졌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약진하면서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404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5%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한 5546억 원, 매출은 17.7% 증가한 2조730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로써 메리츠화재는 9분기 연속으로 분기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위인 DB손해보험도 바짝 추격했다. DB손보는 장기보험 손해액 증가의 여파로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D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406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2% 줄어든 5332억 원을 기록했다. 장기보험 손해액이 예상보다 늘었는 데다 고금리에 따른 미래현금흐름(BEL) 이자부리 증가로 보험금융비용도 늘었다.
이에 따라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13억 원으로 좁혀지게 됐다. 올해 메리츠화재가 DB손보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연결기준)에는 메리츠화재가 업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기간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2602억 원으로 삼성화재(2826억 원) 뒤를 이었다. DB손보는 2544억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DB손보와 경쟁하던 현대해상은 메리츠화재 부상에 4위로 밀려났다. 현대해상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2071억 원, 영업이익 4431억 원의 잠정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4% 증가했지만 영업익은 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5% 줄어든 33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장기 자동차 전반의 손해액 증가에 따른 보험손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KB손해보험을 비롯한 NH농협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은 IFRS17 덕을 톡톡히 봤다. IFRS17은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상품이 강한 회사가 유리한 제도로, 생보사 대비 손보사 실적이 두드러져 보인다.
NH농협손해보험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 농협손보에 따르면 1분기 순이익(농업지원사업비 포함)은 전년 동기 대비 115.4% 상승한 83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4% 증가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및 수익증권 평가 이익이 증가하고, IFRS17 제도하에서 보유계약 증가에 따른 CSM이 확대된 영향이다.
롯데손보는 올해 1분기 보험영업이익 470억 원과 투자영업이익 580억 원을 기록해 총 10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이다. 롯데손보의 1분기 장기보장성보험 신규월납액은 사상 최대인 1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52억 원 대비 107.7% 성장했다. 장기보장성보험의 분기 원수보험료는 5050억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실적은 장기보장성보험 확대를 위한 판매비 투자에 나서는 등 IFRS17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온 결과다.
KB손해보험은 1분기 253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했다.
반면, 하나손해보험은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손보는 1분기 순손실 83억 원을 냈다. 장기보장성 인보험 판매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비용 등이 반영돼 적자폭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