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 사업과 관련해 4대 그룹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도로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 운영위원회가 출범한다. 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기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는데,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의 참여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단순히 기금 규모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4대 그룹과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 기업의 기금 참여 여부는 향후 전경련의 위상 회복과도 연관성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이 지난 10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 미래파트너십 기금 공동 운영위원회를 만든다고 발표한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이 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은 한국과 일본 정부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발맞춰 민간 차원에서도 인재 교류, 첨단 산업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되는 것이다. 전경련과 경단련이 각 10억 원을 출연해 기금을 만들었고, 개별 기업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재계의 관심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기금 참여 여부에 쏠린다.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내세웠더라도 4대 그룹 참여 여부에 따라 기금 규모가 결정돼 추후 전경련이 4대 그룹을 설득하는 데 사활을 걸 것이라는 게 재계 판단이다. 특히 다른 기업으로 동참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4대 그룹의 참여는 사업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평가도 있다. 전경련은 기금 규모에 맞춰 추후 세부 사업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4대 그룹이 전경련의 회원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전경련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자 차례로 탈퇴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도 이를 의식한 듯 미래파트너십 기금 운영위원회 출범 소식을 알리면서 4대 그룹의 기금 참여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회원사가 아닌 4대 그룹도 기금 참여가 가능하다"며 "기금 사업은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문이 닫혀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왼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이 지난 10일 일본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 조성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경련

4대 그룹의 기금 참여는 사업 성공을 넘어 전경련의 위상 회복과도 연관성이 크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경련 재가입'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위상 회복을 노리는 전경련의 최대 과제로는 4대 그룹의 재가입이 꼽힌다"며 "기금 참여를 통해 4대 그룹과의 접점을 늘리는 건 기반을 다진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과 4대 그룹을 둘러싼 최근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 전경련이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주요 기업인 행사를 주도했고, 4대 그룹 총수 모두 이 행사에 참석했다. 4대 그룹 총수가 전경련 주최 행사에 참석한 건 약 6년 만이다. 이후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4대 그룹과의 재만남이 이뤄지기도 했다.

또한, 전경련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민 소통 프로그램 '갓생 한 끼'의 1호 타자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정의선 회장이 전경련 단독으로 주최하는 공식 프로그램에 참여한 건 탈퇴 이후 처음이다. 정의선 회장이 전경련의 신뢰 회복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사실상 단절됐던 과거와 비교해 좀 더 거리 좁혔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라는 평가다.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으로 불리는 '갓생 한 끼'는 오는 25일 열릴 예정으로, 정의선 회장은 MZ세대 참석자들과 '꿈을 위한 갓생, 그리고 불굴'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갓생'은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생활 루틴을 실천한다는 뜻을 담은 MZ세대 유행어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4대 그룹의 기금 참여 움직임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나아가 전경련 재가입설은 현재 운을 떼기조차 어려운 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금 참여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경련 재가입은 검토 단계도 아니다. 전경련이 자체적으로 혁신해 재가입 명분이 생겼을 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