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실행도 어려울 듯…매각 방안도 고려 대상
1세대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투자 확대로 인해 영업손실이 2배가량 늘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1세대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의 연내 기업공개(IPO)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에 나섰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의 마음이 바빠졌다.
11번가는 당초 공언했던 올해 9월 상장을 위해서는 적어도 이달 중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야한다. 통상적으로 국내 기업의 경우 상장예비심사신청 이후 신규상장까지 약 4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11번가는 현재 IPO 추진을 위한 선정은 마친 상태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더욱이 지난 2018년 9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의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을 조달하면서 5년 내 IPO를 약속했다. 기한 내 상장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의 8% 수익을 붙여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증시 한파 속 현재 11번가는 "투자 시장을 예의주시해 증시 진출 시기를 검토하겠다"고만 이야기할 뿐, 상장과 관련된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여타 이커머스 업체들도 증시 입성을 미뤘다. 컬리의 경우 지난 1월, 오아시스는 2월 상장 연기를 발표했다. SSG닷컴도 지난해 투자자들과 상장 연기에 합의했다.
지난 2018년 기업가치 2조7000억 원으로 평가되던 11번가는 몸값도 크게 줄었다. 실적난 속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는 1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액 7890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5614억 원) 대비 41%(2276억 원) 성장했다. 하지만 누적 영업손실이 1515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694억 원)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적자액이 불어났다.
최근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위메프와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등을 품고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점도 11번가 측에는 부담 요인이다. 3사 인수로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하게 됐으며, 11번가의 점유율은 7% 수준으로 평가된다.
H&Q코리아는 상장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 올해 11월부터 행사 가능한 콜옵션(조기상환권)을 넣어두긴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시행하는 것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11번가가 자금을 상환할 만큼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해서다.
H&Q코리아는 투자원금을 포함해 총 6000억 원의 자금을 회수해야 하나,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0억 원에 불과하다.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과 매출채권을 모두 더해도 상환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매각이라는 카드도 남아는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최대 주주(80.26%)인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 매각을 위해서 국내외 대형 PEF를 물밑에서 접촉 중이다. H&Q코리아는 11번가 지분에 대해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는 적자폭을 줄이는 당분간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직매입 기반 익일배송 '슈팅배송', 새로운 고객 혜택 제도인 '우주패스' 멤버십 등을 앞세우는 한편 '신선밥상'(신선식품), '우아럭스'(명품), '리퍼블리'(리퍼비시) 등 전문관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