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반도건설 등 오너 직접 해외 부동산 '진두지휘'
한정된 국내 주택 시장→북미 등 신사업 확장 '방점'
대우건설 대주주인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은 북미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국내 건설사 오너들이 해외 부동산 공략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 부동산 경기가 '원자재값과 고금리 리스크'에 휩싸여 주춤한 상황이라 새 주택사업 활로 개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적체와 전세사기 문제로 국내 주택 시장이 몸살을 앓으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전세 제도가 사문화(死文化)된 미국·캐나다 시장으로 건설사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북미 시장은 한인 사회가 뿌리내리고 있고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도 잇달아 현지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형건설사를 비롯해 이미 미국 본토에서 자리잡은 중견사도 현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대주주인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북미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작년에 미국 부동산 개발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달에는 해외 부동산 개발·협력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 부회장과 대우건설 해외사업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뉴욕 등을 방문했다. 먼저 토론토 일대에서 레저 숙박시설 투자·시공 참여 방안을 조율했고 도심 개발 등 현지 사업을 염두에 둔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뉴욕에선 다수의 시행사와 만나 현지 사업을 구상했다.
반도건설은 중견건설사 중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국내 부동산 호황기이던 지난 2020년에 일찌감치 미국 진출을 선언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지난 3월, LA 한인타운 일대에 랜드마크급 아파트로 평가되는 'The BORA(더보라) 3170'을 준공했다. 단독주택과 소규모 다세대 주택이 많은 현지에서 8층·252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부지매입·시행·시공·임대에 걸친 전 과정을 총괄해 완성시킨 것은 반도건설이 최초다.
또 △153가구 규모 '3355 올림픽 불러바드'(콘도미디엄·분양업) △262가구 규모의 '3020 윌셔 불러바드'(주상복합·임대업) 등을 LA 지역 2·3차 후속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직접나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의 진출이 활발한 텍사스주 오스틴 등을 방문했고 오스틴 인근에 있는 테일러시 시장은 지난달 한국을 찾아 현지 신공장 배후 인프라 개발 등을 위한 상호 협력의향서(MOI)를 체결하는 등 캘리포니아와 LA에서 벗어나 사업망 확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북미 부동산 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 사진은 반도건설이 미국 LA한인타운에 자체 개발한 주상복합 '더보라 3170' 전경. /반도건설 |
이밖에 현대건설은 해외 부동산 개발 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관련 사업 확장을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경기 침체 속에서 신규 매출원 확장의 일환으로 해외 부동산 개발과 인력 보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미국 부동산 투자·구매 플랫폼인 '빌드블록'의 100억 원 규모 펀딩에 투자했다. 해당 펀딩에는 아이에스동서를 비롯해 크릿벤처스, 프라이머사제 등이 참여했다. 빌드블록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텍사스를 중심으로 상품 중개와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동산 투자·구매 플랫폼이다.
이처럼 북미 지역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것은 국내에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등 시장 규제가 여전한 데다 시세 급락에 따른 '전세 리스크'가 불거진 점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국내 부동산 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업체들은 이를 투자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건설사를 비롯해 부동산 투자자들은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고, 각종 규제 또한 기대만큼 속도감 있게 떨어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에는 전세 리스크로 임대차 비율을 맞추는 부분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상업용 부동산도 침체와 대출 리스크가 있지만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신규 수요를 겨냥해 타국가로 이동이 늘고 있고, 해외 주택은 주로 고정금리로 모기지(mortgage)를 하는 만큼 국내에 비해 안정감 있게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kw@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