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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돈 잃었으면 '피해자'?…주가조작 연루된 임창정 죄 유무는
입력: 2023.04.30 09:47 / 수정: 2023.04.30 11:29

"통정매매 가담…처벌대상 될 수 있어"

가수 임창정 씨는 주가조작 세력에 30억 원을 맡겼다가 60억 원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본인은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더팩트 DB
가수 임창정 씨는 주가조작 세력에 30억 원을 맡겼다가 60억 원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본인은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가수 임창정 씨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 하락 사태와 관련해 수십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현재 임창정 씨는 본인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임창정 씨는 피해자가 맞을까.

임창정 씨는 지난 25일과 2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타깝게도 이번 일이 터질 때까지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언론보도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뒤늦게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하게 됐다. 그들에게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미 늦었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며 "저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저의 자금을 이들에게 투자해서 큰 손해를 보았을 뿐 다른 투자자들에게 주식과 관련하여 어떠한 유치나 영업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 씨 본인이 '피해자'라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다는 게 법조계 및 시장의 중론이다. '공범'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이 맞다는 견해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임 씨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저촉하는 행위에 가담한 것과 다름 없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검증대상]

임 씨가 본인이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하락 사태와 관련, 손실액이 막대해 본인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대목을 검증했다.

[검증방법]

자본시장법과 과거 판시 등을 확인하고, 김경남 포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의 견해를 물었다.

[검증내용]

-자본시장법 제176조는 '자기가 매도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 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서로 짠 후 매수 혹은 매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주가조작을 알고도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행위 위반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상 사기방조죄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업계 및 시장에서는 임창정 씨의 범죄 가담 여부가 명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에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법조업계 및 시장에서는 임창정 씨의 범죄 가담 여부가 명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에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 임창정, 주가 조작 일당에 투자금 30억 원과 명의 넘겨

사건이 불거진 것은 지난 24일이다. SG증권을 통해서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셋방 △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의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폭락장이 펼쳐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이들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전 거래일인 21일 대비 7조3906억 원이나 쪼그라들었다.

폭락장을 주도한 시세조종 세력에 대한 경찰수사가 시작되면서 임창정, 그의 이름이 거론됐다. 임창정 씨는 주가 조작 일당들에 투자금 30억 원과 명의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는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리 투자를 하며, 내부 관계자끼리 주식 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통정매매'가 쓰였다.

임창정 씨는 사건이 알려지고 이튿날인 지난 25일과 26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그 팀들이 하는 룰인가 보다 했다. 저는 주식을 모르니 그렇게 다 해줬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투자금을 댄 임 씨는 한 달 반 만에 투자금이 2배 정도 올랐지만, 현재는 되레 빚이 생겨 자신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임 씨는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임 씨는 "이들(주가조작 의심세력)이 높은 수익률이 실현된 주가 그래프와 계좌 잔고 등을 제시하면서 저에게 주식 매매대금을 본인들의 운용사에 재테크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에게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자금을 투자받기로 별도의 약속을 받았던 터라 이들이 하는 말을 좋은 재테크로만 믿었다. 다른 투자자들이 했다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계좌 개설을 해 줬다. 주식 대금 일부를 이들에게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안타깝게도 이번 일이 터질 때까지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언론 보도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뒤늦게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도 금전적 피해를 입힌 일이 없고 잘못된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며 "저의 무지함은 꾸짖으시되,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로 비난하진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 자본시장법 저촉 가능성…'가해자' 가능성도

임 씨는 계속해 본인이 피해자라고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고백에 나선 임 씨 역시 죄가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대리 투자로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사람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먼저, 시세조종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저촉된다. 자본시장법 제176조는 '자기가 매도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 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서로 짠 후 매수 혹은 매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5배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다만 계약 수준에 따라 형량은 달라질 수 있다고 법조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주가조작 세력에게 이자만 받는다고 사전 계약을 한 정도라면 방조죄에 들어가 형량이 가볍다. 하지만 주가조작 세력과 이익금을 나누겠다는 계약이었다면 공범으로 분류돼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

임 씨가 다른 연예인까지 통정매매에 끌어들인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임 씨의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임 씨가 '가담자'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가해자'로 평가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9년 2월 선고된 대법원의 한 판례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미필적으로나마 공소외인 등의 주가조작 범행을 인식하면서 그 범행에 공동가공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투자자 유치 등의 행위를 분담함으로써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실행에 나아갔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1심의 사례도 임 씨의 유죄에 힘을 싣는다. 재판부는 앞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권오수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91명의 계좌를 이용해 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가담한 투자자 3명도 시세조종을 방조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더욱이 임 씨 부부가 지난해 11월 주가조작단 일당과 함께 운용자금 1조 원 돌파 축하 파티에 참석했다고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반감도 고조되고 있다. 주가 조작단이 많은 수익을 낼 때는 아무 말 없다가 손실이 나자 뒤늦게 피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지적과 관련, 지난 29일 임창정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대환 측은 "임 씨가 해당 파티에 참석하게된 것은 당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논의 중이었던 라덕연 회장으로부터 송년행사 모임에 초청을 받아서 게스트의 자격으로 참석했던 것이지 주최 측의 일원으로 참석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행사일인 2022년 12월2일은 라덕연 회장과 사이에 주식투자에 관한 협의도 진행되지 않던 상황이었고, 임창정씨 명의로 주식계좌도 개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환 측은 "당시 임 씨는 라덕연 회장을 알게 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단순 송년회 모임의 초대손님으로 초청받아 아내와 6살 자녀와 함께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구체적인 행사의 내용도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며 "간단한 인사말을 드리고 식사를 마친 후 먼저 자리를 떠난 것이 사실관계의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주식시장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하는 태도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 또한 불거진다. 임 씨는 지난 2010년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식에 투자했다가 재미를 못 봤다"고 언급했다. 임 씨의 주식투자 경험이 못 해도 13년은 되는 셈이다.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그의 호소에 무게추가 실리지 않게 하는 대목이다.

김경남 포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가담자를 주가조작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가담에 대한 인식여부가 중요하다"며 "이 사건에서는 다수 관계자들이 존재하는 까닭에 임씨 개인의 진술과 함께 다른 관계자들의 인식과 진술이 임씨의 가담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남 변호사는 "임 씨가 단순히 도구로 이용당한 것이라면 법적용이 어려울 것이지만, 주가조작을 알고도 방조하였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행위 위반죄, 특경법상 사기방조죄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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