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주요 기업 속속 '4조 2교대' 도입 추진
"기업 내 MZ세대 영향력 커…목소리 적극 반영"
4조 2교대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CLX 내 제5정유공장 전경. /이성락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4조 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4조 3교대를 선호하는 기업들도 많아 산업계 전반에 걸친 움직임이라고 볼 순 없지만, 현재 기업문화에 더 적합한 근무제도를 새롭게 찾으려는 기업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생산 현장의 주축인 MZ세대 직원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조만간 서산 대산에 있는 일부 공장에서 4조 2교대 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15일부터다.
일반적으로 4조 2교대는 하루 8시간 일하는 4조 3교대보다 4시간 늘어난 12시간씩 일하는 대신 이틀 연속 쉬는 근무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이 4조 2교대 전면 도입을 선언한 뒤, 4개 조로 공장을 돌리는 기업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노사 합의에 따라 근무제 전환을 논의한 뒤 지난해부터 1년 동안 4조 2교대를 시범 운영했다. 이후 지난 2월 울산콤플렉스(CLX) 근무 체계를 4조 2교대로 완전히 바꿨다.
SK이노베이션이 4조 2교대 근무제를 처음 도입한 기업은 아니다. 포스코, 애경케미칼, 에쓰오일, GS칼텍스, SK실트론, LG디스플레이 등이 시행 중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직원 업무 몰입도 향상, 생체리듬 안정화를 통한 건강 증진 등의 효과를 강조하며 전면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불씨로 다른 기업들도 4조 2교대 도입에 대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고, 공감대를 형성한 일부 기업이 뒤따라 해당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화토탈에너지스뿐만 아니라 LG화학이 올해 4조 2교대를 일부 공장에서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 역시 추후 4조 2교대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4조 2교대 근무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기존 4조 3교대를 더 선호하고, 또 이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기업이 대다수다. 울산의 한 제조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백 모 팀장은 "현장에서는 4조 3교대 근무가 익숙하다"며 "익숙한 근무 형태를 바꾸는 일은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조 2교대 근무는 20·30대 MZ세대 직원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팩트 DB |
4조 2교대의 단점으로는 하루 근무 시간이 12시간으로 늘어나 피로도가 상당하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체력에 부담을 느끼는 40대 중반 이상 시니어 직원들 사이에서 4조 2교대를 꺼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안전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열차 사고가 2020년 이후 지속 늘어나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4조 2교대로 근무 체계를 바꾼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 2월 여수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4조 2교대 도입 찬반 투표를 했지만, 찬반 여론이 팽팽히 갈려 결국 부결됐다. 50대 이상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힘들다'라는 단점이 있음에도 4조 2교대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추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20·30대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근무 시간이 늘어나는 것보다 '이틀 집중해 일하고, 이틀 연이어 쉴 수 있다'라는 장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4조 3교대 체제인 국내 대표 제조 기업의 파트너사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최 모 씨는 "저연차 직원들은 4조 2교대 도입이 산업계 전반으로 급물살을 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20·30대 근로자 702명을 대상으로 '근로 시간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근로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5.3%)이 "필요하면 주 3~4일간 몰아서 일하고 주 1~2일 휴무하겠다"고 답했다. 전경련이 최근 MZ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인식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36.6%)'이 1위를 차지했다.
현재 MZ세대가 직원의 상당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향후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데 있어 MZ세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생산 현장을 포함한 기업 내 M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무제도를 혁신해나가는 부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