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왕 현대차·기아…'역대급' 실적 예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7일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더팩트DB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권한일·이중삼·정소양·박경현·최문정·최지혜·이선영·박지성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박경현 기자] 벚꽃 잎이 흩날린 4월 둘째 주였습니다. 이번 주는 하루에도 여름 날씨와 초봄 날씨가 모두 나타나는 변덕스러운 환절기를 보냈는데요. 뜨거운 햇살과 찬바람이 공존한 하루만큼이나 경제계에도 여러 온도가 나타났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어닝시즌(실적발표)을 맞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재계 5대 그룹 실적 발표 신호탄을 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장 추정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를 보여 충격을 줬는데요. 감산 소식도 함께 전하면서 재계 영업이익 순위 변동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그룹주가 천장을 뚫고 상승하며 코스닥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증권가에선 지속해서 과열양상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선 동서식품이 국민 커피인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일부 제품을 스스로 회수하는 일로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먼저 산업계 소식부터 들어볼까요?
◆ 최악의 어닝쇼크…삼성전자, 14년 만에 LG전자에 분기 영업이익 뒤졌다
-지난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1분기 실적 시즌이 개막했는데요.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 순위가 요동쳤다죠?
-그렇습니다. 한국 상장 기업 중 부동의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에서도 줄곧 1위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1분기는 달랐습니다. 분기 내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며 영업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437억 달러 수준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1분기에는 168억 달러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이 매출 63조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으로 각각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7일 밝혔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무려 95.7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삼성전자 DS사업부문의 적자가 4조 원 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5.75%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고민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 인근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
반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비 압박에서 다소 벗어난 LG전자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은 무려 14년 만에 처음있는 일입니다.
LG전자는 지난 7일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0조4178억 원, 영업이익 1조4974억 원의 실적을 냈다고 잠정 공시했습니다. 아직 매크로 이슈의 여파가 남아 있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22.9% 줄었지만, 타사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통상 같은 날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이 나왔으니 앞으로 상장 기업들의 발표가 이어질텐데요.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순위가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면서요?
-우선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날 잠정실적을 내놓은 LG에너지솔루션을 꼽을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4.6% 뛰어오른 6332억 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인 1조2137억 원의 절반 이상을 한 분기 만에 벌어들인 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관련 금액 1003억 원이 반영됐고,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키워가는 기업도 있죠.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하면서 생산과 판매가 늘어난 현대차와 기아가 주인공인데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1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을 각각 2조5620억 원, 2조583억 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시장 전망치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1분기 실적왕은 현대차와 기아가 차지할 게 확실해 보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결과 생산·판매 확대로, 1분기 '실적왕'을 차지할 전망이다. /각 사 |
-요동친 영업이익 순위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짐작이 가는군요. 실적 충격을 맛본 삼성전자 역시 그동안의 '무감산' 기조를 접고 일부 제품의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고 밝혔죠?
-네. 삼성전자는 7일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 재고 축적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메모리 반도체가 하반기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확대에 맞춰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면서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확실성 등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하>편에서 계속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