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장기적 성장에 분할 반드시 필요"
소액주주 75% 달해…내일(29일) 주총서 격전
DB하이텍은 현재 비주력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사업)를 자회사로 떼어내 설립하고, 고수익 전력반도체에 집중하기 위해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DB하이텍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DB하이텍이 회사 장기적 성장성을 이유로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번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현재 비주력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사업)를 자회사로 떼어내 설립하고,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물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파운드리와 브랜드 사업의 구조 상 두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DB하이텍은 종합반도체 기업이기에 업계 내 이해상충 문제에 걸릴 수 있다. 팹리스 기업의 경우 같은 팹리스를 운영하는 파운드리 업체에 반도체 일감을 맡기기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설계 기술 유출 우려 등이 따라붙어서다.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시도는 지난해에도 무산됐다. 회사는 신설 법인을 향후 5년 동안 상장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며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약속했지만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회사는 이번에는 분할에 성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싸늘한 반응이 여전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분할 신설법인이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시켜 주주들 권익을 훼손하는 사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회사는 분할 자회사의 상장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DB하이텍은 "분할 자회사는 상장 계획이 없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상장 진행 여부에 대해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어 "5년이 지난 후 상장 추진 시에도 모회사 주총 특별결의 의무화 조항을 자회사 정관에 신설해 모회사 일반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방침도 앞세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23년 주당 배당금을 배당 성향 10%에 해당하는 1300원으로 늘리고 향후 배당 성향 10%를 정책화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자사주 비중을 10%까지 확대하고 내년에는 15%까지 그 수준을 높여 지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설득에도 소액주주들은 신설회사 상장 시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 측이 내건 '5년간 비상장' 조건도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상장은 주총 결의사항이 아니므로 요건만 맞추면 향후 이사회 결정만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한 DB하이텍 주주는 "불가피한 상장의 경우 주총을 거치겠다고 하지만 안전장치가 충분치 않다. 5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기준도 의문"이라며 "주주 연대에선 물적분할에 대한 반발의 태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가 전날 DB하이텍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문위는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방지와 파운드리 사업 집중, 팹리스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분할의 목적과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 안건 통과를 좌우할 수 있는 키를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어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DB하이텍은 29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팹리스 부문 물적분할 안건을 상정하고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소액주주 지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물적분할 안건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B하이텍은 소액주주 비율이 75%에 달하며 2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을 설득해 물적분할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 주요 주주는 DB Inc. 및 특수관계인 17.84%, 국민연금 8.34%, 나머지 73.82%는 소액주주와 기타 지분이다. 물적분할안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