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안건 35개…배당·사외이사 안건 '주목'
KT&G는 28일 오전 10시 대전시 대덕구 회사 인재개발원 비전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한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오늘(28일) KT&G와 행동주의 펀드들 간의 표 대결이 이뤄진다. 정기주주총회의 향방은 소액주주들의 참여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KT&G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오전 10시 대전시 대덕구 회사 인재개발원 비전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제36기 재무제표 승인 관련 등 안건들을 처리할 계획이다. KT&G 현 경영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등 3개 세력이 올린 안건 개수는 35개에 이르지만, 주요 안건은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증원 여부 등으로 축약된다. KT&G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 안건은 법원이 지난 13일 행동주의 펀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만큼 이번 주총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우선 주총에 상정된 현금배당 안건은 3가지다. KT&G의 현 경영진은 주당 5000원을, 안다자산운용과 FCP는 각각 주당 7867원, 1만원 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KT&G희 주가가 기업의 실질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들의 편에 서 있다. 반면 KT&G 측은 이 같은 배당 요구는 회사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매우 과도한 수준의 요구라고 반발 중이다.
사외이사를 두고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KT&G 사외이사는 총 2명이다. 이에 KT&G 측은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고윤성 한국외대 교수·임일순 전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후보에 올렸다. 안다자산운용은 이수형 변호사·김도린 전 루이비통코리아 전무 ·박재환 중앙대 교수를 후보로 추천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사외이사를 지금보다 2명 확대한 8명으로 증원하자는 의견도 보태고 있다.
이상현 FCP 대표는 "두 후보(차석용·황우진 전 대표)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어 시가총액 10조 원이 넘는 KT&G 대표이사의 멘토와 엄정한 감독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며 "발송한 안건들은 KT&G가 글로벌 회사, 주인 있는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 공사 단계"라고 말했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ESG투자본부 대표는 "주주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이 최대한 많이 KT&G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기관과 소액주주들의 많은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개인들은 배당을 늘리고 기존 이사회와 경영진을 견제할 사외이사를 추천한 행동주의 펀드 측의 손을 들 확률이 높다. 관건은 소액주주들의 실제적인 참여 여부다. 국내 상장사의 정기 주총 평균 참석률은 73% 정도다. 해외 투자자(지난해 말 기준 약 44%)의 경우에도 주주 제안에 우호적일 수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경우 앞서 현 이사회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KT&G에 무게추가 기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짙다. 일단 KT&G 현 경영진 편에 국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7.08%)이 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최근 KT&G 주총에 올라온 안건들 중 KT&G의 현 이사회가 제안한 안건에 대부분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상태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견해에는 대개 반대 의사를 전했다.
더욱이 KT&G 우리사주조합, KT&G 복지재단, KT&G 장학재단 등 KT&G 사내 기금·재단의 우호 지분도 11%나 된다. 백복인 KT&G 대포이사 사장은 KT&G 장학재단 이사장이며, 민영진 KT&G 복지재단 이사장은 KT&G의 전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6.93%의 지분을 보유한 IBK기업은행도 현 경영진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SS가 행동주의 펀드의 10여 개 제안에 모두 찬성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체 주주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외국계 패시브 펀드 대부분이 ISS의 자문을 추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국민연금을 비롯해 KT&G 현 경영진 측의 우호적인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표 대결의 승기는 KT&G가 쥘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