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전 거래일 대비 4.29%↓…마감 전날도 반전 없어
주관사 한국투자증권 "하루에 20명 넘게 방문…내일은 더 올 것"
23일 SM은 카카오의 공개매수 마감일이 임박했으나 반등하지 못하며 전 거래일 대비 4.29% 내린 10만7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서울의 한 한국투자증권 PB센터의 모습. /이한림 기자 |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이렇게 많이 신청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투자증권 직원)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공개매수 마감이 임박한 가운데 눈치 싸움을 벌이던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 증권사 영업점에서는 그간 공개매수가 여러 차례 있긴 했지만 이토록 많은 주주들이 공개매수를 신청하는 모습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놀라워 했다.
23일 SM은 전 거래일 대비 4.29%(4800원) 내린 10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까지 10일 연속 11만 원대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던 주가가 마감일 하루 전날 10만 원대로 크게 내린 모습이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날 SM 주가 추이에 대해 카카오의 공개매수 마감일(26일)이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밖에 남지 않았으나, 더 이상 반등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에게도 짙게 깔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기자가 실제로 이날 오전 서울 소재 한국투자증권 PB센터를 찾았을 때 뽑은 번호표의 앞번호와 뒷번호 고객 모두 SM 공개매수를 신청하러 온 주주였다. PB센터에 들어갔을 때부터 SM 공개매수를 신청하고 있던 한 60대 남성 고객은 기자의 차례가 됐음에도 타사 주식 이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담당 직원에게 한참 설명을 듣고 있었다.
기자 역시 보유 중인 SM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 신청했다. 기자의 SM 평균매수단가(평단가)는 카카오가 SM 지분 35%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힌 주당 15만 원보다 낮았지만 이날 SM 주가(10만7200원)보다 꽤 비쌌다. SM 공개매수 주관사가 한국투자증권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기존에 SM을 보유하던 증권사 계좌에서 타사이관을 미리 했기 때문에 공개매수 신청 완료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신분증을 보여주자 건네 받은 공개매수 청약 확인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작성했다. 공개매수자는 주식회사 카카오 및 주식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대상주식은 에스엠엔터테인먼트 기명식 보통주식이었다. 개인정보와 청약주식 수, 계좌번호 등을 쓰고 서명을 한 후 다시 건네자 담당 직원은 매수청구 신청 확인서, 고객 교부용 공개매수 청약 확인서, 카카오와 SM의 재무제표 등이 기재된 70페이지 가량의 공개매수 설명서를 기자에게 전달했다.
23일 카카오의 SM 공개매수를 신청한 기자가 한국투자증권 PB센터에서 받은 서류. 공개매수는 대면 업무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관사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한림 기자 |
"공개매수 신청하러 왔습니다"고 말한 후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최근 공개매수 신청이 잦아 익숙해진 담당 직원의 업무적 능숙함도 원인이었지만, 신청 완료 후 담당 직원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눈 시간까지 더하면 10분 남짓에 모든 과정이 끝났다.
한국투자증권 직원은 "저희가 주관한 공개매수가 6건 정도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신청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공개매수를 열어도 센터에 방문한 고객은 1~2명 정도였다"면서도 "(SM이)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종목이다 보니 많이 오셔서 신청하고 계신다. 하루에 20명 넘게 공개매수를 신청하고 가신다. 아마 내일은 마지막 날이니 더 많이 오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개매수는 매수대금에서 증권거래세 0.35% 등 관련 세금이 공제되며 나머지 금액은 공개매수 마감 후 결제일에 청약 계좌로 입금된다. 또 주식거래로 25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낸 투자자라면 초과분에 대한 22%의 양도소득세도 내야 한다.
이번 카카오의 SM 공개매수의 경우, SM 인수를 두고 한 달가량 첨예하게 대립했던 하이브가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한 후 카카오가 15만 원에 맞불 작전을 놓으면서 SM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참여도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SM은 카카오와 하이브가 인수전을 벌이기 전에 주당 8~9만 원에 주가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카카오의 공개매수 발표 후에 한 때 장중 16만 원대까지 오른 바 있다. 이 기간 다소 평단가가 오르더라도 공개매수가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보유주식을 늘린 주주들(기자 포함)이 공개매수에 적극적인 투자자로 분류된다.
카카오는 오는 26일까지 SM 지분 35%를 매수가 15만 원에 공개매수 한다. 단 26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직전 영업일인 24일 오후 3시 30분 마감될 예정이다. /이동률 기자 |
그러나 투자자가 SM 공개매수를 전량 신청했더라도 모든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한도는 SM 지분 중 35%다.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SM 지분을 매입해 이미 SM 지분 15%를 넘게 보유한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하거나 컴투스, KB자산운용, 국민연금 등 SM 지분을 보유한 기관들이 카카오발 공개매수에 신청서를 넣었다면 지분 한도가 35%를 초과할 수 있어서다.
공개매수를 신청한 주주들은 신청된 총 주식의 비중이 SM 지분 35%를 초과한다면 안분비례 방식이 적용돼 해당 비율만 매도가 가능하다. 가령 신청 물량이 공개매수 물량보다 2배가 접수되면 1000주를 신청해도 500주만 15만 원에 매도할 수 있는 셈이다. 기자와 같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안분비례 방식이 적용된다면 매도에 실패한 주식을 '손절매'하거나 카카오와 손을 잡은 SM의 미래를 두 손 모아 응원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의 SM 공개매수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하이브 등 기관의 공개매수 참전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증권가에서도 소문은 무성하지만 기관의 참전 여부를 알아도 이를 발설할 경우 자본시장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마감일까지 공개매수에 대한 결과는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 7일 SM 인수를 위해 SM 지분 중 35%를 26일까지 주당 15만 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주주들은 공개매수 마감일인 26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직전 영업일인 24일 오후 3시 30분까지만 공개매수 신청 접수가 가능하다. 공개매수를 신청한 주주들이 공개매수 결과를 통해 매도 대금이 청약 계좌로 자동 입금되는 결제일은 28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