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종합등급 2021년 A→2022년 C
2년 만에 중장기 배당정책 바꿔…'꼼수' 논란
영원무역홀딩스가 최근 중장기 배당정책을 바꾼 가운데 주주들이의 질타를 받고 있다. 왼쪽 위는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더팩트 DB |
[더팩트|이중삼 기자] 노스페이스 등 글로벌 스포츠 아웃도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사업을 하는 영원무역홀딩스에 '겹악재'가 꼈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최근 배당정책을 바꿔 주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ESG평가에서는 낙제점을 받아 지속가능경영이 어려운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2021년 종합등급 A에서 1년 만에 C등급으로 주저앉으며 기업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은 △2조8509억 원(2020년) △3조2405억 원(2021년) △4조5274억 원(2022년)으로 매년 치솟았다. 영업이익도 △3407억 원(2020년) △5704억 원(2021년) △1조141억 원(2022년)으로 특히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9.7%, 영업이익은 77.8%나 늘었다. 영원무역홀딩스 측은 자회사 영원무역 OEM사업부 수출과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판매 호조로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ESG평가는 미흡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영원무역홀딩스는 △사회B·환경D·지배구조B·종합등급B(2020년) △사회B+·환경B+·지배구조A·종합등급A(2021년) △사회B+·환경C·지배구조C·종합등급C(2022년)로 평가됐다. 2021년 등급이 잠시 올라갔지만 다시 떨어졌는데 업계에서는 평가모형이 바뀐 탓에 등급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ESG등급은 S부터 D까지 7단계로 나뉜다. B+ 이상은 '양호군', B 이하로는 '취약군'에 속하는데 영원무역홀딩스는 사회 부문을 빼면 모든 평가 부문이 취약군에 포함됐다. 한국ESG기준원 자료를 바탕으로 C등급의 평가 의미를 보면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큼'을 뜻한다.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ESG등급 하락 관련 "그동안 정성적 성과를 중심으로 ESG활동을 보고해왔지만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정된 모범규준에 정략적 보고를 더욱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재편해나가고 있다"며 "ESG경영을 내재화 하는 등 ESG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2021년과 달리 2022년에는 ESG평가모형이 글로벌 기준과 ESG 거버너스를 중심으로 개편됐다.
ESG평가는 재무 부문과 함께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기업들도 앞으로 ESG평가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5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기업 300곳 가운데 절반 이상의 기업이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ESG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고 답했다. 중요해지는 이유로는 국내외 고객사의 요구 확대가 가장 컸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은 ESG경영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며 "기업의 성장과 도약을 가져올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ESG기준원은 ESG평가 등급을 총 7가지로 나누고 있다. /한국ESG기준원 |
◆ 중장기 배당정책 개정…'배당컷' 논란 소액주주 분통
또 다른 악재는 중장기 배당정책 개정에 따른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영원무역홀딩스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내외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시했다. 기존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를 배당했었는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50%로 바꾼 것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배당 규모가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기준을 바꾼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배당성향이 후퇴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바뀐 배당정책을 적용하면 주주들이 얻는 배당 이익은 크게 줄어들게 되는데 주주들은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영원무역홀딩스에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 주주는 "2년 만에 배당정책을 바꾸는 것이 말이 되냐. 실적 잘나왔다고 했으면서 대표는 제 정신이냐"며 성래은 대표이사를 비꼬았다.
배당정책을 바꾸기 전이라면 이번에 지급될 총 배당금은 440억 원(연결 기준 지배기업 당기순이익의 10%), 주당 배당금은 3790원으로 예상됐지만 배당정책이 바뀌면서 총 배당금은 354억 원, 주당 배당금은 3050원으로 줄었다. 결국 별도기준으로 50%만 배당하겠다는 말은 주주들에게 배당을 적게 나눠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영원무역홀딩스 측은 "이번 배당은 기존의 배당정책과 개정된 중장기 배당정책을 함께 고려해 결정했다"며 "중장기 차원으로 지주회사로서의 자체 역량을 강화해 자회사 실적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화된 수익을 확보해 주주 이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새롭게 마련한 배당정책을 통해 지주회사로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정보를 주주에게 제공하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다"고 첨언했다.
한편 영원무역홀딩스는 이달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 결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