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주주 명확지 않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
구현모 KT 대표 연임 포기…최정우 회장 연임 영향에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대주주가 명확하지 않은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본격 나서면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연임 성공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주인 없는 기업' 중 하나인 KT에서 구현모 대표가 연임에 실패하면서 다음 타깃이 포스코그룹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주주가 명확하지 않은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드러낸지 얼마되지 않아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재연임 여부에도 덩달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23일 KT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군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이사회는 이를 수용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구 대표를 제외했다.
차기 대표 후보 선정 과정 초기까지 연임 의사를 밝혔던 구 대표를 바꾼 것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을 비롯한 외부 입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구 대표가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선발되자 "(KT의 대표 후보 선정이) 최고경영자(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오너가 명확하지 않은 기업들이 기업 성장과 발전보다는 CEO 본인들의 연임 등 이익을 위해서만 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보고에서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과거에는 공익에 이바지하는 기업들이었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강화해 경영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8.5%의 지분을 가진 1대 주주다. 당장 오는 3월 예정된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해 사내이사를 국민연금 측 인사로 교체한다면 최 회장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재가동을 시작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사태를 겪었다. /포스코 |
최근 정부 주도의 경제계 빅이벤트에서 최정우 회장이 얼굴을 보이지 않은 것 역시 이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실제로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1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지만, 최정우 회장은 합류하지 못했다. 새해가 되면 늘 열리는 경제계 신년회에도 최정우 회장과 구현모 대표는 불참했다.
아울러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정우 회장은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태풍에 대한 사전에 예보가 지속됐음에도 골프약속, 미술관 방문 등으로 침수 피해 현장을 즉각 살피지 않았다는 점을 추궁했다.
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 때마다 포스코그룹 회장이 교체됐다는 점도 최정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 꼽힌다.
1대 박태준 회장과 2대 황경로 회장, 3대 정명식 회장은 김영삼 정권시절 각각 1년씩 재임했으며 4대 김만제 회장은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뒤 업무상 횡령 혐의로 물러났다. 이어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정권 때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퇴진했고, 이구택 회장, 정준양 회장, 권오준 회장 역시 이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교체됐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맏형' 역할을 하는 포스코가 매번 정권교체 시기때마다 수장 교체와 관련해 잡음이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나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혹여 CEO 거취 문제로 산업 전반의 사기가 꺾이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