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책 기대감…주가 상승세
황성택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트러스톤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
[더팩트|윤정원 기자]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BYC 대주주 일가에 부당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BYC 오너 3세의 편법승계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해왔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압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얼라인파트너스(에스엠-하이브),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KT&G)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입김이 강해지자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는 모양새다.
◆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사 부당지원 근절해야"
BYC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회계장부를 열람한 결과, 신한에디피스와 제원기업 등 관계사에 대한 부당지원과 경영진의 배임 의혹이 드러났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신한에디피스는 BYC 대주주인 한석범 회장의 장남인 한승우 상무가 최대주주이며, 제원기업은 한 회장의 장녀인 한지원 씨가 최대주주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에 요청한 회계장부 가운데 일부만 받았으며,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의혹이 나타난 만큼 회사의 설명과 사실관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에 따르면 BYC는 직영점으로 운영해왔던 일부 점포의 사업권을 관계사인 제원기업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BYC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사업권 이전의 대가로 권리금 등 어떤 대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분석했다. 사업권 무상이전은 부당이익제공 및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한다는 풀이다. 제품 공급단가 조정의혹도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가 일부 기간 동안 특정 제품을 관계사인 신한에디피스와 제원기업에 유리한 단가로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부당내부거래 근절을 위해서는 대주주에 독립적인 이사 선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이번 주총에서 기타 비상무이사겸 감사위원으로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서를 지난 10일 BYC에 보낸 상태다. 아울러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배당성향 40%로의 상향 △거래 활성화를 위한 액면분할 △37억5000만 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등을 주주제안에 포함시켰다.
또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현재 시가 2조 원에 달하는 BYC 부동산에 대해 장기적으로 리츠화할 것을 이사회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연간 400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현재 1000원 대인 주당배당금이 4만 원대로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내다봤다.
◆ BYC 투자목적 '일반투자→경영참여'…목소리 커졌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021년 2월 18일부로 BYC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당해 2월 중순경부터 BYC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기 시작, 일주일 만에 지분율 5.79%(3만6186주)를 확보했다. 속전속결 지분 매입 러시에 시장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 활동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당시 "향후 주주활동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반투자로 투자목적을 명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같은 해 5월 31일 지분율을 6.80%로 올리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어 9월 23일에는 지분율을 7.82%로 끌어올렸다. 30만 원대였던 취득단가가 40만 원을 넘어섰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속적으로 장내매수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의 기업활동을 예의주시하는 단계에 머무르며 본격적인 주주행동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IR(기업설명회) 담당자를 통해 기업자료를 요구하고 비공식 대화를 진행하는 등 점차 지분 취득 초기보다는 주주활동의 적극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본격적인 주주활동 행보에 나선 것은 같은 해 말 경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12월 23일 "주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수행하기 위함"이라면서 BYC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 목적'으로 변경 공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은 "BYC는 1983년 이후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보유 부동산 가치만 현 시세로 1조 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자산가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특수관계인 간의 내부거래와 자산의 비효율적 운용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 등 사익편취행위 존재의혹 △대주주일가 중심의 패쇄적인 사업운용 △다수의 무수익 부동산 보유 및 보유부동산 가치의 저평가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인한 회사 이미지 추락이 기업가치 저평가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감시, 감독의무가 이행되는 투명한 이사회구성 △합리적인 배당정책수립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를 통한 유동성확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포함하는 IR 계획수립을 제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와 태광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
◆ 트러스톤자산운용, 태광산업도 조준…주가 널뛰기 지속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행동주의 펀드로서 목소리를 높이는 기업은 또 있다. 태광산업이 그 대상이다. 태광산업은 BYC 지분을 늘리던 시기와 맞물린 지난 2021년 6월 태광산업의 지분을 5% 이상으로 늘렸다. 6월 14일 기준 5.01%를 보유한 주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2월 3일에는 6.05%로 지분을 늘리기도 했다. 다만 12월 14일에는 보유 지분이 5.80%로 소폭 축소됐다.
최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현 이사회 구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달 8일 "태광산업 현재 이사회구성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지난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를 분리선출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21년에 태광산업이 분리선출로 선임한 감사위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또다시 분리선출한 행위가 문제라고 법무부는 지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대해 대주주에 독립적인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과 최근 2년 평균 0.3%에 불과한 배당성향을 상장사 평균인 2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은 "지난 연말 회사 측이 발표한 12조 원 투자계획에 대한 설명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답이 없는 만큼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태광산업이 대주주만을 위한 경영행태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사회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칼을 빼든 BYC와 태광산업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일 BYC는 전 거래일(47만2000원) 대비 2.01%(9500원) 오른 4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에는 20.23%(7만9500원)이나 뛰며 장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태광산업의 경우 전 거래일(75만5000원)보다 8.34%(6만3000원) 상승한 81만8000원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