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수입 경쟁 전기차 대비 보조금 우위
"5% 미만 미국 내 리스 비중 30% 수준까지 확대"
현대차와 기아가 주요 시장별 보조금 정책에 대응,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에 적용되는 '보조금'과 관련해 내수 시장과 북미 시장 간 온도차가 커지면서 시장별 대응 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 현대차·기아 올해 전기차 보조금 최대 680만 원 '유일'
먼저 현대차와 기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수입 브랜드와 비교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1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2023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인센티브를 포함한 최대 국고 보조금을 680만 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 최대치와 비교해 20만 원 줄어든 수치다.
개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대 보조금 수령은 △보조금 전액 지급 대상 차량의 가격 5700만 원 △성능보조금 상한 500만 원 △저공해차 보급목표 상향에 따른 제작사 부담을 완화하고 목표 이행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보급목표이행보조금'을 140만 원 △최근 3년 내 급속 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제작사 차량에 지급되는 '충전인프라보조금' 20만 원 △양방향 충전시스템 기술 탑재 차량에 지급되는 '혁신기술보조금' 20만 원을 모두 다 받아야 가능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에 따르면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6'(사진)와 '아이오닉 5', 기아 'EV6'는 올해 최대 국고 보조금을 6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더팩트 DB |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브랜드는 현대차(아이오닉 5·6)와 기아(EV6)가 유일하다. 국내외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테슬라의 경우 충전 인프라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다수 브랜드는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유무, 정비이력 전산관리 여부 등의 기준에서 밀려 보조금이 차감된다.
개편안대로라면 현대차·기아 전용 전기차 모델과 수입 브랜드 전기차 간 보조금 차이는 최대 400만 원 이상 벌어진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라인업 강화를 비롯한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높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기아 역시 연내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출시, 새로운 세그먼트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내수시장에서 다른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충전 인프라와 정비망 부문에서는 절대적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며 "여기에 보조금 정책으로 가격 경쟁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IRA 발효로 현지 시장에서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 美서 '리스 차량' 기회 얻은 현대차·기아…"리스 물량 대폭 확대"
전기차 보조금 호재를 기대하는 현대차와 기아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양사는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로 현지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 미국산 배터리 소재가 일정 기준 이상 포함된 차량에만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 재무부는 다음 달 '핵심광물·배터리 부품 가이던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규정 내 핵심 광물 원산지에 우리 기업이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가 포함되도록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 자료에서 IRA 적용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려나면서 올해 수출이 지난해 대비 4.2% 줄어든 21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최근 현지에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테슬라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전기차 가격 낮추기에 나서면서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와 가격 차이가 크게 좁혀진 상황이다. 테슬라의 '모델Y'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판매 가격이 6만6000달러에서 5만4990달러(롱레인지 가격 기준)로 내렸다. 여기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적용하면, 차량 가격은 4만7000달러대까지 내려간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테슬라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제조사들과 가격 격차도 좁혀졌다. 현대차 '아이오닉 5'(왼쪽)와 기아 'EV6' /현대차, 기아 |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RWD 모델과 기아 기아 'EV6' 롱레인지 RWD 모델이 현지에서 각각 약 4만5500달러, 4만87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격 경쟁력에서는 더는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물론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IRA 세액공제 대상에 '리스 차량'을 포함하면서 양사는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리스 등 상업용으로 현지에서 판매할 때 차량 가격의 30% 또는 유사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차이 가운데 더 적은 금액으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리스 프로그램을 활용한 차량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5% 미만의 리스 비중을 30% 이상 수준까지 확대하고, 플릿과 구독 서비스 등 판매 채널 다변화를 통해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며 "리스 비중 증가에 따른 중고차 가격 하락 우려 관련해서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해 2~3년 후 발생 가능한 중고차 가격 하락 리스크에도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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