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SM 주가, 하이브 제시 공개매수가 12만 원 훌쩍 넘겨
인수전 '한 축' 카카오, 공개매수 나설지도 관심
이수만 SM 대주주와 이성수 SM 공동대표이사(왼쪽부터)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SM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더팩트 DB, 유튜브 'SM TOWN' 영상 캡처 |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상반기 엔터업계 최대 '빅딜'로 꼽히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전이 이수만 SM 대주주와 그의 처조카 이성수 SM 공동대표이사의 점입가경 비방 경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SM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인 12만 원을 넘어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SM(에스엠)은 전 거래일 대비 7.59%(9300원) 오른 13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상장(2000년 4월) 후 처음으로 10만 원대(11만4700원) 주가를 돌파한 후 5거래일 연속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한 결과다.
SM의 주가가 크게 오르자 기존 주주들은 환호한 반면, 이수만 대주주와 하이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하이브는 오는 3월 1일까지 SM 지분 25%를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고 이수만 대주주의 SM 지분 14.8%를 넘겨받아 SM을 최종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하이브가 설정한 공개매수가는 12만 원. 하이브가 SM 인수를 위해 공개매수가를 발표한 날 9만8500원에 거래됐던 당시 SM 주가에 10% 넘는 통 큰 '피'(FEE)를 붙여 기존 SM 주주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하이브의 예상이 어긋났다. 폭발적으로 오른 SM 주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하이브가 붙인 '피'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SM 주주들은 하이브가 책정한 공개매수가가 현재 SM 주가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한다고 해도 차익에 대한 20% 가량의 양도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일 때 시장에 주식을 파는게 이득으로 판단될 여지도 높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SM 주가 양상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 내고 있다. 우선 SM이 행동주의 소액주주들로부터 그간 주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던 이수만 대주주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의 부재와 아티스트들의 높은 앨범판매량 등에 따라 향후 높은 영업이익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K팝 아티스트 앨범 판매량 비율을 보면 하이브가 26.8%로 가장 높았으며, SM은 19.1%로 뒤를 바짝 쫒고 있다.
일례로 SM 소액주주들을 대표해온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주당 12만 원이 너무 낮은 가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은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시 기대되는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여력 그리고 비핵심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업사이드 감안시 너무 낮은 가격이다. 공개매수 가격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SM엔터테인먼트는 전날보다 9300원 오른 13만1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구글 증권 캡처 |
여기에 카카오가 CJ그룹을 SM엔터 지분 경쟁에 끌어들인다는 풍문까지 더해지면서 SM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수만 천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인수한 하이브와 카카오(9.05%)의 지분 격차는 약 5% 수준. 이들의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이 단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수만 대주주와 SM 이사회 수장인 이성수 대표의 경영권 분쟁이 비방전으로 본격화되면서 SM의 주가가 개인은 물론 기관과 외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것도 가격을 오르게 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성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이성수 성명 발표_1차'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이수만 대주주의 일거수일투족을 폭로했다. 이수만 대주주의 해외 개인회사 CTP의 역외탈세, 나무심기 논란, 임직원에게 불합리한 지시, 개인적 부동산과 카지노 사업 등을 주장하면서 날을 세웠다. 특히 그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10년 넘게 써왔던 이수만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뺀 채 공개 저격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도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 측은 16일 주주제안을 통해 "당사는 이수만 전 총괄과 SM 간의 거래 관계가 없음을 전제로 주식거래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성수 대표가 주장한대로 이수만 전 총괄이 CTP를 소유하고 있고 SM과 CTP 간에 계약이 체결돼 있다면 위 조항에 따라 계약 관계가 해소될 것"이라며 "이 전 총괄의 국내 프로듀싱을 3년으로 제한한 것 역시 경업금지에 대한 관행적 내용이며 3년이 경과한다고 SM으로 복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성수 대표가 주장한 '나무심기 논란'에 관련해서 하이브는 "우선 당사는 이 전 총괄과 관련된 어떤 형태의 활동이나 캠페인이 SM과 직접 연계돼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관여할 이유가 없다"며 "당사는 이 전 총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전 총괄이 SM에서 추진하는 ESG 관련 캠페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따라서 이성수 대표가 주장하는 내용 역시 알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하이브가 밝힌 공개매수일이 2주 가량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SM 주가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이수만 대주주와 이성수 대표 간 SM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크고작은 풍문에도 주가가 크게 들썩일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한편 이수만 대주주가 SM 이사회의 카카오에 대한 지분 매각 방식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한 법원 심문기일은 오는 22일이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된다면 SM 이사회의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발행은 취소되며, 하이브는 SM을 계획대로 인수할 전망이다.
반면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SM 이사회와 손잡고 신주 인수 및 전환사채 전환 방식으로 SM 지분 9.05%를 인수할 예정이던 카카오가 SM을 품게 된다. 다만 하이브와 카카오가 정면대결을 벌일 경우 하이브가 확보한 SM 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카카오의 약세가 점쳐진다. 이에 SM 인수전의 다른 한 축인 카카오 역시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 원을 뛰어 넘는 공개매수 카드를 꺼낼지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