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4대 금융지주 일제히 급락
'공공재' 지목된 통신주도 하락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지칭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수익을 올린 은행들에 대해 "돈 잔치는 안 된다"며 비판한 가운데 은행주가 급락세로 전환했다. 금융당국이 '돈 잔치'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하는 모양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37분 기준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0.90%(400원) 내린 4만3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중 4만355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시간 KB금융(-1.19%), 신한지주(-0,90%), 우리금융지주(-0.08%) 역시 하락세다.
전날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5.44%(2550원) 내린 4만4300원에 마감했다. KB금융(-4.91%), 신한지주(-3.55%), 우리금융지주(-3.1%)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은행주의 하락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며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은행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돈 잔치'라며 질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주는 올해 들어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 지난해 최대 실적 경신 등에 따라 15%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급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2023년 업무계획'을 발표에서 "은행은 과점적 구조 형태로 여수신 차익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된다"며 "일반기업과 달리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국민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돈 잔치' 비판이 잇따르자 은행연합회는 전날 은행 이익의 사회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향후 3년간 취약계층 지원에 10조 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은행이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사회공헌 기금 등을 확대할 경우 순이익이 줄어들고 배당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감원이 지배구조 적정성 점검을 예고하자 규제 우려가 이어지면서 조정 양상을 보였다"며 "상반기 중 도입될 특별대손준비금 규모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이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매수세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한 통신주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다. SK텔레콤은 지난 15일 전 거래일보다 2.31%(1100원) 하락한 4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T(-0.45%), LG유플러스(-2.06%)도 하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에서 "통신 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 시장 경쟁 촉진을 강화하라"며 "필수재로서 통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통신의 품질과 요금, 서비스 개선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