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DS부문 영업익 2700억 원…전년比 97%↓
시황 약세는 '좋은 기회'…인위적 감산·투자 축소 고려 안 해
삼성전자가 지난 31일 반도체 실적 악화에 따른 '인위적 감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삼성전자 |
[더팩트|최문정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유례없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적자를 겨우 면했다. 말 그대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다시 한 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700억 원, 영업이익 270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83%, 영업이익은 96.95% 줄었다.
이번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충격은 메모리 반도체 부진으로 인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비대면 수요 증가와 함께 호황을 맞았던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IT 수요 감소와 재고 축적으로 인한 가격 하락 등을 겪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각각 30%초반, 20%후반 가량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 생산량을 조절하는 인위적 감산 조치를 시도해왔다.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은 실적 충격이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부터 반도체 감산 조치와 설비투자 예산 삭감 등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SK하이닉스 역시 안정적인 재고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생산량을 조절하고, 올해 최대 50%까지 설비투자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의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위적인 감산 조치 없이 생산을 지속하는 한편,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캐펙스)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기조다.
대신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 조절 등 인위적인 감산 조치 대신 자연적 감산을 통해 공급량 조절에 나서며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 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단기 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그로스(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해 생산량의 증가율)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대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실행 속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난해(47조900억 원)와 비슷한 수준의 반도체 설비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
인프라 투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DS 부문에 47조9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김 부사장은 "이런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다"며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를 반도체 시황 반등 시점으로 전망했다. 4차산업혁명 기조에 따라 5G, 인공지능(AI) 등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분야가 늘어나는 만큼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과 PC 등 모바일 제품군의 D램과 낸드플래시 채용률이 전년 대비 각각 10%, 10% 후반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버의 경우 코어 수 증가에 따라 고용량 채용률이 증가해 평균 채용량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버용 D램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차세대 제품인 DDR5 전환 수요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DDR5 전환의 경우, 칩 사이즈 패널티로 인해 비트 생산성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초기 신제품이기 때문에 시장 재고 수준이 낮고, 실제 구매 수요는 예상 대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MBC-FET'을 기반의 파운드리 3나노 이하 선단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사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지난해 4분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선단 공정이 로드맵에 따라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독자 개발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MBC-FET'을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사 유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정기봉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3나노 1세대 공정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하고 있다"며 "2세대 공정은 1세대 대비 면적, 성능, 전력 효율이 더욱 개선됐으며 1세대 양산 경험을 통해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3나노 공정에 대해 다수의 모바일 고성능컴퓨팅(HPC)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공유했다.
아울러 정 부사장은 현재 미국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대로 2024년 하반기 4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