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사이 파이프라인 3개 이상 늘어"
"바이오펀드 규모 1조 원대로 확대해야"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 협회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2023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2023년 핵심사업과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
[더팩트|문수연 기자]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 협회 회장이 "의약품 자급률 제고를 위해 산업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과 규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 회장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2023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2023년 핵심사업과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원 회장은 "우리는 코로나19 펜데믹을 통해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체계 붕괴와 필수 의약품 부족 사태 등 대혼란을 목도하며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국가가 백신과 필수의약품 등을 자력으로 개발, 생산, 공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할 때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며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현실을 극복하고, 우리 기업이 만든 혁신 신약을 앞세워 글로벌 무대에서 K-브랜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 또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에 부여된 책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제약주권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세계적 제약바이오그룹들과 당당하게 경쟁해 국부를 창출하는 출발점이라고 확신한다"며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267개 회원사들은 제약주권 확립, 제약강국 도약의 지상 과제를 인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회장은 "의약품 자급률 제고를 위해 산업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
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은 지난해 1630조 원에서 오는 2028년 2307조 원 규모로 확대돼 연평균 6%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740조 원)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세계 주요국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경쟁이 가열되고 있으며, 코로나19 펜데믹 기점으로 탈세계화, 자국 내 의약품 공급망 강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는 현재 미미한 상황이다. 1600조 원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시장은 25조 원 규모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10대 제약기업 R&D 규모도 1조4000억 원에 불과하다
원 회장은 제약주권의 핵심으로 '자급률'을 꼽았다.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2011년 80.3%에서 2021년 60.1%로 감소했으며,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1년 24.4%에 그친다.
정부 예산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보건의료 총예산은 4조5000억 원으로 미국 NIH 56조 원의 12분의 1이다. 같은 기간 제약바이오 R&D 예산 1조8000억 원 가운데 기업 지원은 14.6%에 그쳤다.
원 회장은 "의약품 자급률 제고를 위해 산업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원료·필수의약품·백신의 국내 개발·생산 기반 강화 △의약품 품질 제고와 제조공정 혁신 △허가·약가제도 등 불합리한 규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전략적 R&D 투자 시스템 구축과 투자 촉진 환경 조성 △약가 보상체계 혁신 △산업계 내, 기업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 극대화 총력 지원 △AI 신약, 디지털 의료제품의 개발·허가 촉진 시스템 확립을 과제로 꼽았다.
특히 약가제도와 관련해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외국 약가 비교 제네릭 재평가 계획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며 "개량신약 약가 등재 규정 개선으로 중소 제약사의 R&D 투자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현재 정부는 글로벌 수준의 약가에 맞춰 국내 약가를 조정하고 있는데, 글로벌 수준에서도 낮은 수준의 국가를 대상으로 맞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호주, 캐나다 약가가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낮은데 호주는 자국 생산이 없다. 우리나라가 약가를 낮추려면 인도 등에서 원료를 가져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내 생산을 하다 보니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순환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약가를 맞추기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며 "원료 자급 생산을 하면 원가가 더 올라간다. 그 약가를 보전해야 국내 생산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무조건 올려달라는 게 아니라 탄력성 있게 검토하자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원희목 회장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지연에 대해 "복지부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
또한 원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제약강국 도약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미국 등 선진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유통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K-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아시아, 신흥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며 "해외 생명과학자 등 전무가 그룹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해외 규제기관 협력과 정보 교류를 체계화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원 회장은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산업 고도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며 "4차산업혁명시대 디지털화·융복합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유망기술과 발전전략 등 연구와 교육기능을 강화하겠다. 또 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 역량 등을 적극 알려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신속한 육성방안 실행 △필수·원료의약품·백신 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전폭 지원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임상 2, 3상에 정부 R&D 투자 집중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의 재정적 토대인 보험의약품 가격제도를 산업 육성 지원기조에 맞춰 개선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조속헌 설치와 '메가펀드 지원규모 확대' 계획 진행 등을 건의했다.
특히 지체되고 있는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다. 협회는 대통령 직속을 요구했으나 국무총리직속으로 설치하기로 약속했다"며 "복지부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비효율적인 업무 진행, 예산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정책을 총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국무총리 직속의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설치하고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바이오펀드 규모를 1조 원대로 확대하고, 최종 임상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회장은 오는 2월을 끝으로 6년 임기가 만료된다. 원 회장은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묻는 말에 "임직원들 모두 열심히 했다. 가장 큰 변화는 회원사들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며 "불과 4년 사이에 파이프라인이 3개 이상 늘었다. 그 얘기는 시도하는 게 늘었다는 뜻이다"고 답했다.
이어 "실직적으로 많은 결과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결과 도출을 위한 전 단계 역할을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정부의 노력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