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IR 진행…주주친화적 정책 예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KT&G에 대해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 다양한 조건을 수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오는 3월 KT&G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주총을 기점으로 2명의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목소리 내기에 혈안인 모습이다. KT&G 지분율과 보유 주식 수가 미미하지만 그간 회사의 변혁을 이끈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거센 만큼 업계와 투자자들은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 FCP "KT&G 현금 자산, 주주 환원 안 해 쌓인 것"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lashlight Capital Partners·FCP)는 자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인삼공사 분리 상장, 주주가치 환원과 거버넌스(지배구조) 정상화 등 안건 제안서를 공식 제출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온라인 주주 설명회 당시 FCP가 제안한 대표이사 공개토론, 이사회 미팅 등이 경영진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자 공식으로 주주제안서를 송부했다는 게 FCP 측의 설명이다. 제안서에는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주당 2만 원의 주주환원과 분기배당 △약 15% 이상을 차지하는 자사주 소각 등이 포함됐다.
FCP는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을 줄곧 제안했다. KGC인삼공사는 KT&G의 100% 자회사로, 홍삼, 인삼 관련 건강기능식품과 뷰티사업을 하고 있다. FCP는 인삼공사가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담배회사가 인삼공사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형태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CP는 KGC인삼공사가 분리되면 약 4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FCP는 분기배당 역시 글로벌 동종기업의 추세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상현 FCP 대표는 "분기배당은 필립모리스‧BAT‧알트리아와 국내 삼성전자‧SK텔레콤‧신한지주‧KB금융지주 등 많은 회사가 이미 하고 있다"면서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FCP는 분기배당을 위해서는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대표는 "KT&G가 현재 보유한 6조 원이 넘는 현금화 가능 자산은 지난 15년간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은 탓에 쌓인 것"이라면서 "이익잉여금과 적립금을 합산하면 약 7조 원에 이르는 만큼 총 2조3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한 주주환원은 절대 과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FCP는 사외이사도 추천했다.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두 후보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어 시가총액 10조가 넘는 KT&G 대표이사의 멘토와 엄정한 감독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FCP가 발송한 안건들은 KT&G가 글로벌 회사, 주인 있는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 공사 단계"라면서 "FCP가 제안한 안건에 대한 주주의 다양한 목소리를 가장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토론의 장은 오는 3월에 개최 예정인 주주총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안다자산운용 "인삼공사 분할상장·외부 전문가 영입 필요"
KT&G에 계속 불만을 표시하는 행동주의 펀드는 FCP만이 아니다. 안다자산운용도 지난 17일 KT&G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안다자산운용은 그간 KT&G에 한국인삼공사(KGC) 인적분할상장과 한국인삼공사 리브랜딩, 사외이사 추가 증원,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영입 등을 요청해 왔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역시 그런 요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증선위원을 역임한 국내 대학 회계 전문 교수와 루이비통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을 지낸 김도린 대표 등을 KT&G에 추천했다. 안다자산운용 측은 "인삼공사의 인적분할 상장 후에도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인삼공사의 리브랜딩과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글로벌 마케팅과, 유통, 그리고 음료 전문가들을 선별해 KT&G에 인물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안다자산운용에 따르면 KT&G는 2008년 이후 해마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삼공사의 분할상장과 글로벌화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게 안다자산운용의 주장이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대표는 "KT&G에는 글로벌 회사 수준의 명망 있는 재무·회계 전문가가 부족한 데다 여성 사외이사 수도 적다"면서 "우리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KT&G의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도우려는 것임을 KT&G 경영진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 9일 KT&G를 상대로 주주명부열람 가처분을 청구했지만 아직까지 KT&G에서 자세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사안을 검토 중이며 안다자산운용의 주주명부열람 등사 청구 건도 주주 증빙 등 적법한 요건을 갖췄음이 확인되면 주주권 보장 차원에서 제공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 물적분할 철회 사례 이어가나…투자자 기대감 '고조'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목청을 높이자 소액주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의 지분율은 미미할지라도, 최근 소액주주들의 반란으로 기업의 경영 전략이 뒤바뀐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FCP는 상법상 주주제안 자격요건(1.0% 이상)을 갖췄다면서도 안다자산운용은 지분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소액주주들의 연대력이 힘을 발휘한 것은 물적분할과 관련한 사안이었다. 지난해에는 풍산과 DB하이텍 등이 소액주주들의 극심한 반발로 물적분할 방침을 접어야 했다.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1대 3.838553 합병비율로 흡수합병한다는 내용으로 합병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비율을 1대 2.7023475로 조정하며 백기를 들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T&G는 23만 명에 이르는 소액주주가 65.3%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 국민연금과 기업은행, 우리사주조합, 자사주 등을 합쳐도 소액주주 지분에 비견하기 어렵다"면서 "행동주의 펀드에 소액주주가 적극 가세할 경우, KT&G 측도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T&G는 현재 파격의 주주환원정책 발표를 예고해놓고 있다. KT&G는 오는 26일 오후 5시 경영 전략에 관한 투자자 이해 증진과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해 기업설명회(IR)를 열 예정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방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미래 성장전략을 밝힐 계획이다.
KT&G 측은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세세한 말을 삼갔다. KT&G 측은 "해당 부서가 여러 가지를 깊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까지 다른 부서에 공유된 사안은 없다"면서 "(FCP나 안다자산운용 측이 요청하는 부분이) 포함된다, 안 된다를 설명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