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환급 지연…불만 폭주
경영난으로 직원들의 복지혜택 줄여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삼중고에 빠졌다. 합격생들에게 약속했던 환급금 미지급 문제와 주 5일제 전환, 회장 일가 소유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다. /이중삼 기자 |
[더팩트|이중삼 기자]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삼중고(三重苦)에 빠졌다. 합격생들에게 약속했던 환급금을 기간 내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주 5일제 전환·복지포인트 폐지 논란, 에듀윌 회장 일가 소유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환급금 문제다. 에듀윌은 '더블환급 합격패스' 상품을 판매 중인데 당해 연도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면 수강료와 책값을 100%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실제 <더팩트> 취재진이 에듀윌 홈페이지에 가입 후 해당 상품의 구매 단계까지 가서 내용을 살펴보니 '수강료와 책값까지 100% 환급'이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환급 신청 절차는 최종 합격 후 7일 이내 지정된 카페 또는 개인 블로그에 합격 수기를 작성하고 에듀윌 홈페이지에 합격 수기 내용을 등록해 환급 신청을 하면 30일 이내에 금액을 돌려주는 형태다.
문제는 합격생들이 환급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데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제33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가 발표됐음에도 합격자들의 환급금이 미뤄지고 있다. 고객과의 약속을 깨트린 것이다. 합격생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에듀윌은 지난 10일 '환금 대상자가 역대급으로 증가해 기 공지된 일정으로는 서류심사 등 업무처리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환급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 환급 예정일은 2023년 3월 31일이다'는 안내 문자를 전달했다.
하지만 에듀윌의 해명에도 합격생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믿었던 기업으로부터 신뢰가 깨져서다. 합격생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걱정이다. 1월 31일에 환급이 안 되면 2월 1일에 내용증명을 보낼 생각이다. 그래도 환급 안 해주면 고소할 생각이다', '약속을 어긴 것도 문제지만 돈을 못 돌려받을 상황도 있을 수 있어 큰 문제인 것 같다', '약속을 어기는 사람하고는 일하지 않는데 기업이 신뢰를 잃었다' 등의 불만이 빗발쳤다.
결국 당초 약속했던 1월 31일까지 환급해준다는 문자를 다시 전달했다. 에듀윌은 지난 12일 문자를 통해 '환급 대상자가 지난해 대비 330% 수준으로 급증해 환급 일자를 3월 31일자로 안내했었지만 빠르게 환급해 드리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 했고 다행히 1월 31일에 환급해드릴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을 문자로 공지했다.
이날 에듀윌 관계자는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환급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에 따른 서류 심사나 행정처리 등이 지연되며 환급 절차가 불가피하게 과중된 것이다"며 "합격자 분들에게 수강료를 환급해 드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안내받으신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환급금을 지급해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경영난으로 환급금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에듀윌이 직원들의 복지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도 논란이 됐다. /블라인드 캡처 |
◆ 복지포인트 폐지…주 4일제→주 5일제 전환 논란
최근 에듀윌이 직원들의 복지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도 논란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에듀윌은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제공했던 복지포인트와 귀성여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공무원과 공인중개사 시험 시장이 위축되며 나타난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해 회사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에듀윌의 경영 상황은 나쁜 편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듀윌 매출은 2020년 1192억 원에서 2021년 1556억 원으로 364억 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21년 35억 원에서 2021년 12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2년 에듀윌의 1분기에는 -44억 원이라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에듀윌은 직원 복지를 줄이는 등 내부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직원들의 불만은 커져가는 모양새다. 복지 혜택 축소에 대해 합당한 설명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주 4일제 근무를 주 5일제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다는 증언과 복지포인트도 강제서명으로 폐지됐다는 얘기가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집중휴게시간 강제 서명으로 폐지당했고 상여금과 복지포인트도 강제서명으로 폐지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듀윌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선제적 위기 대응 경영 차원에서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복지성 경비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며 "폐지가 아니라 일시적인 중단이며 직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강제서명하게 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에듀윌 회장 일가 소유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이중삼 기자 |
다만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광고선전비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점은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듀윌의 광고선전비는 △142억 원(2018년) △197억 원(2019년) △255억 원(2020년) △395억 원(2021년)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특수관계자거래(당사와 매출 등 거래 또는 채권·채무 잔액이 있는 기타 특수관계)로 있는 브랜드발전소에 에듀윌이 광고선전비를 대부분 지급했는데 2021년의 경우 에듀윌 광고선전비 395억 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 되는 152억 원을 브랜드발전소에 지급했다. 참고로 브랜드발전소 매출은 2020년 79억 원에서 2021년 255억 원으로 크게 뛰었고 영업이익도 2020년 7억 원에서 2021년 34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 부분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브랜드발전소는 광고물작성과 광고기획, 광고대행 등 광고 중심 사업을 펼치고 있는 회사다. 도서출판업, 콘텐츠 판권 유통사업 등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사내이사가 양형남 에듀윌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2014년 에듀윌의 감사보고서(이후 감사보고서에서는 미공개)를 보면 에듀윌 지분은 양 회장은 42.1%, 두 아들(양기송·양기창)이 각각 27.9%씩 갖고 있는데 아들인 양기송 씨가 2020년 10월부터 브랜드발전소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가 소유 회사에 광고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참고로 브랜드발전소 사무실 위치는 에듀윌 본사가 위치한 서울 구로동 코오롱싸이언스밸리2차에 있다. 같은 층에 위치하고 있다.
에듀윌은 주 5일제 전환 논란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에듀윌은 국내 기업 가운데 주 4일제를 일찍 도입했다. 2019년 6월 업계최초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근로제를 도입해 일주일 가운데 하루는 직원들이 원하는 요일에 쉴 수 있게 했다. 이후 6개월간 시범 운영을 한 뒤 2020년 초부터 공식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에듀윌은 직원들에게 "다음달 1일부터 주 5일 근무로 변경하겠다"며 "회사가 사업 영역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외부 경영 환경이 나빠졌다"고 알렸다. 이 과정에서 에듀윌이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이를 인정한 에듀윌은 주 5일 전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주 5일제 전환 논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재점화됐다. 다수의 누리꾼들이 '에듀윌이 주 4일제 근무를 꾸준히 변경하려고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서다. 특히 '주 4일제를 시행한다는 이유로 연봉을 깎으려고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에듀윌은 사실무근이며 검토도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에듀윌 관계자는 "주 5일제 전환은 사실이 아니다. 계속 주 4일제로 갈 예정이다.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며 "연봉을 깎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연봉은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