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한온시스템‧케이카 인수자 물색 어려워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선두인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와 한앤컴퍼니(대표 한상원)는 최근 인수기업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K장학재단 홈페이지 및 한앤컴퍼니 홈페이지 갈무리 |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가 보유 기업 매각에 애를 먹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 내 거래가 얼어 붙으면서 올해 하반기 돼어서야 매각 작업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 "롯데카드, 사실 분 없나요?" MBK파트너스, 몸값 눈높이 낮출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아직 롯데카드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컨소시엄은 지난해 하반기 롯데카드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우리금융그룹과 KT 등이 불참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하나금융그룹과 사모펀드 3~4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본입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롯데카드 매각이 지지부진한 까닭은 단연 몸값에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MBK컨소시엄은 2019년 5월 롯데그룹으로부터 1조3810억 원에 롯데카드 지분 79.83%를 인수했다. 현재 MBK컨소시엄이 원하는 롯데카드의 매각가는 약 3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라 카드사 수익성은 악화된데다 M&A 시장에서도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올해 여건이 더 안 좋은 상황에서 3조 원에 달하는 인수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올해도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만, MBK컨소시엄 측은 3조 원의 몸값은 언론의 추측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원하는 가격이 3조 원 수준이라고 하는 등)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적 없다. 언론에서 추측한다는 식의 기사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액수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각에 상당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에도 시장에서는 롯데카드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풀이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카드업계 점유율 3위인 KB국민카드가 올해 경영목표를 '1등 카드사'로 설정한 만큼 KB금융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사 시장 점유율(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은 △신한카드 20.9% △삼성카드 19.3% △KB국민카드 17.8% △현대카드 17.1% △롯데카드 9.35% △우리카드 8.1% △하나카드 7.5% 등의 순이다
기존에 카드사를 보유하지 않은 카카오뱅크나 토스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으로 자본을 모집해 자금 여력은 있다. 다만 카카오가 문어발 식 확장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온 것을 고려하면 확률이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87개(국내 134개)에 달한다. 2013년에는 국내 계열사 수가 16개에 불과했으나 이후 해마다 평균 13.5개 늘었다. 토스의 경우 M&A에 적극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금리 상승에도 적자가 지속되면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재무적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MBK컨소시엄 입장에서는 롯데카드의 매각이 급하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앞서 △2019년 286억 원 △2020년 519억 원 △2021년 648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3년간 거둔 순이익의 37%를 배당한 셈으로, MBK컨소시엄 인수 전 3년간의 배당성향(27.6%)보다 더 많다. MBK컨소시엄이 3년간 가져간 배당은 1162억 원이다. 배당으로만 매년 5% 이상의 수익을 내온 셈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롯데카드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있냐는 질문에 "언론에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제한돼 있다"며 "딜 관련된 사안이나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PEF운용사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과 케이카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상태다. /더팩트 DB |
◆ 한온시스템·케이카 매각 지지부진…한앤컴퍼니 "급한 상황 아냐"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 역시 한온시스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21년 1분기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한온시스템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거래 대상은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지분 70%다. 당시 7조~8조 원 규모 거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한온시스템 주가가 1만 원 아래로 내려앉으며 한앤컴퍼니는 매각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12일 한온시스템은 전 거래일(8760원) 대비 0.46%(40원) 하락한 872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1월 8일 2만200원에 거래되던 한온시스템은 최근 2년간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10월 21일에는 7100원까지도 고꾸라졌다.
증권가에서도 한온시스템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 관측하는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조2200억 원, 영업이익은 1021억 원 수준이다. 각각 컨센서스를 2.7%, 4.8%가량 하회하는 수준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2조1955억 원, 영업이익 617억 원, 당기순이익 190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5%, 63.8% 쪼그라들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에도 한온시스템의 수익성 수준은 과거 하이 싱글 대비 로우 미드 싱글로 오히려 낮아진 형국"이라면서 "단기적인 외부환경 요인 외 유무형자산 증가에 따른 구조적인 감가상각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앤컴퍼니는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매각에도 나선 상태다. 지난해 10월 12일부로 1년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한앤컴퍼니는 최근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간사 회사로 선정하는 등 매각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케이카의 지분은 72.0%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몸값은 5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앤컴퍼니는 매각과 관련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끼고 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한온시스템 및 케이카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기조가 이어지면서 M&A 시장이 얼어붙어 있다. 거액을 턱 하니 내놓을 수 있는 큰 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하반기는 돼야 국내 1, 2위 PEF 운용사들의 엑시트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고 언급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의 경우에는 워낙 규모가 커서 당분간은 매각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케이카의 경우 반도체 이슈도 있는 데다 아직 매각 초기 단계라 급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