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아직
테슬라에서 제작한 전기차가 국내에서만 일주일 사이 두 번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제주소방안전본부가 전기차 실물 화재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차량의 연이은 화재 발생으로 전기자동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사고 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져 화재가 나면 내부의 열이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급속도로 불길이 번지고 진화가 어렵다. 전고체배터리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상용화까지 여전히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화재 발생 시 대응법에 대한 고지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전기차가 일주일 사이 주행 도중 사고 이후와 주차된 상태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9일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국도 1호선을 달리던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후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폭발하듯 불이 번졌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 '모델X' 차량에서 불이 났다. 사고 차 주인은 운행 중 이상을 감지하고 서비스 센터에 차를 입고했는데, 갑자기 세워둔 차에서 불이 나 소방서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비율이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낮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보험서비스 제공업체 오토인슈어런스EZ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교통통계국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기차 10만 대당 화재 건수가 25.1대다. 반면 내연기관차는 10만 대당 1529.9대, 하이브리드차량은 3475.5대로 집계됐다.
문제는 '열폭주' 현상이다.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나타나는 발열 반응이다. 현재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 액체전해질을 사용하는데, 분리막에 변형·충격 등으로 훼손되면 액체전해질이 흘러 양극 물질과 만나 기화된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급격히 상승하고, 이로 인해 주변 리튬이 다시 반응해 다시 열이 생기는 것이 반복된다. 열폭주 현상은 연쇄 반응으로 인해 배터리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진화 작업을 어렵게 만든다.
열폭주를 막을 기술로는 전고체 배터리가 가장 큰 대안으로 손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양극 물질과 만나는 것을 예방해 화재와 폭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상용화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당장 활용이 어렵다.
최근 현대모비스 내부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는 냉각수 분사 방안이 제시됐다. 해당 기술이 적용되면 화재가 발생하는 순간 냉각수를 배터리 내부로 분사해 열폭주가 나타나기 전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아이디어 단계라 본격적인 제품 개발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지난 9일 세종시 부근 국도에서 화재가 발생한 차량과 동일한 모델인 테슬라 모델Y의 모습. /더팩트 DB |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는 화학소재이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 쪽에서 연구하기보다는 배터리 업체 쪽에서 해결책을 내는 게 맞다"면서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불이 많이 난다해도 (자동차 제조업체 측면에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에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응책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는 차량 바닥에 배터리가 탑재돼 하부에 수분 유입이나 충격이 가해지면 화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전기차 운전자들은 침수 도로를 지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주의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정부와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운전자에게 배터리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화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비상조치 방법 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화재를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을 꾸준히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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