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와이파이 수시로 끊겨 핵심 기능 시연 차질
라스베이거스, 한국보다 인터넷 환경 약 20배 느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이 개막했다. 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은 답답한 인터넷 인프라 환경에 국내 취재진의 원성이 자자했다. /라스베이거스=최문정 기자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이중삼·정소양·최문정·최지혜·이선영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이선영 기자] 힘차게 시작한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도 금세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한 주에도 경제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먼저 IT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이 열렸습니다. 'CES 2023'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최대 IT 관련 전시회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인터넷 인프라가 논란이 됐는데요. 이번 'CES 2023' 생생한 현장을 전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나가 있는 더팩트 취재진이 현지의 소식과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된 '범금융 신년인사회'가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금융권 관계자가 총출동했지만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습니다. 조용병 회장은 미국 'CES 2023' 참석을 이유로, 손태승 회장은 다른 업무 때문에 불참했다고 밝혔는데요. 금융권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자주 있지 않는 만큼 올해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다 모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새해를 맞아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년 승진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보령제약에는 1987년생 전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바로 김성진 전무가 그 주인공입니다. 김 전무는 입사 1년 만에 초고속 승진에 성공해 '최연소' 보령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는데요. 김 전무는 주요 사업인 우주 헬스케어 분야를 총괄해 이끈 성과와 글로벌 투자처 발굴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IT업계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타이틀 무색한 '거북이' 인터넷 환경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CES 취재를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가셨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소식 전해드립니다. 'CES 2023'은 지난 5일(현지 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입니다.
CES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힙니다. 매년 1월 초 열리고 한 해의 신제품과 기술 동향을 엿보는 자리이기 때문에 전 세계 업계 관계자와 이를 취재하려는 언론사 기자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올해 CES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나흘 간의 일정과 오프라인 전시 규모를 회복했습니다. 개막날인 지난 5일에는 말 그대로 사람들 사이에 떠밀려 다닌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SK그룹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의 부스는 줄이 더 길었는데요. 꼬박 1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주최 측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170여개 참여국에서 3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CES 2023'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업 관계자가 아닌 참관객 규모도 10만 명에 이릅니다.
-'CES 2023'의 활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라는 말이 무색한 인프라 환경이 취재진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면서요?
-'CES 2023' 취재를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국내 취재진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ㅇㅇ기자, 와이파이 잘 터져요?"입니다. 연결성을 강조한 'CES 2023' 주제와는 달리, 실제 라스베이거스의 통신 환경이 한국에 비해 많이 열악했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제시간에 마감해도 통신환경이 좋지 않아 올리지 못하는 사례도 적잖게 발생했습니다. 결국 "울화통 터져 일 못하겠다"고 답답해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렸습니다.
그나마 다른 곳에 비해 와이파이 환경이 그나마 낫다는기자실도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를 사용해 알아본 결과, 고작 9.4Mbps에 불과했습니다. 잘 와닿지 않으실 겁니다.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 테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평균속도는 다운로드 기준 171.12Mbps로 집계됐습니다. 'CES 2023'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의 인터넷 환경이 약 20배 느린 셈입니다.
CES 2023이 열린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최대 IT 관련 전시회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인터넷 인프라로 논란이 됐다. 사진 위는 한 기업의 CES 2O23 기자실 와이파이 속도 측정 결과. 아래는 열악한 와이파이 환경으로 통신이 지연되는 모습. /최문정 기자 |
실제로 열악한 통신 환경 때문에 'CES 2023'을 위해 준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삼성전자가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비스포크 프라이빗 쇼케이스' 행사 중에 발생한 일인데요. 행사장 와이파이가 수시로 끊기면서 핵심 기능인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의 시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 어떤 통신 방식이 가장 빠른지 살펴보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까지 벌어졌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통신 방식을 비교해보니 가장 속도가 느린 방식은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였습니다. 갑자기 일언반구도 없이 속도가 뚝 떨어지거나, 먹통이 돼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구른 기자들이 많았습니다. 두 번째는 휴대전화로 국내 이동통신사의 공식 로밍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데이터 테더링을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최근 통신3사가 해외여행 수요 회복에 맞춰 로밍 프로모션을 제공해 가격 면에서 만족도도 높았다는 후문입니다. 의외로 가장 빠른 속도를 낸 것은 미국 현지 이통사의 e심이나 선불 유심을 이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를 사용해본 기자들은 '느리기는 해도 끊기지는 않으니 다행이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CES 2023'이 세계 최대급의 전자·IT 전시회인 만큼 전자업계의 다양한 혁신과 연결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인프라 환경이 뒷받침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