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까지 정당계약 실시
둔촌주공 PF ABCP, 19일 만기 도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어음과 단기사채 만기일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가운데 둔촌주공 계약률에 증권가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윤정원 기자] 증권가에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계약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둔촌주공이 올해 증권업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한숨은 돌렸다는 평가지만 여전히 둔촌주공의 계약률 성적은 미지수다.
◆ '흥행 참패' 둔촌주공, 부동산 규제 완화 덕 볼까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은 지난 3일 정당계약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계약은 오는 17일까지 보름간 이뤄진다. 지난해 12월 15일 당첨자를 발표한 둔촌주공은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둔촌주공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45대 1로, 16개 타입 중 4개 타입의 경우 예비 입주자 500%를 채우지 못했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3.7대 1에 그쳤다.
둔촌주공이 인기몰이에 실패한 것은 중도금대출이 되지 않는 영향이 컸다. 둔촌주공 전용면적 84㎡의 경우 가장 수요가 많은 국민평형이지만 분양가 13억 원 선에 책정되면서 특별공급이 없고 중도금 대출도 불가해 청약 경쟁률이 저조했다. 시장에서는 초기 계약률이 저조하고 미계약분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둔촌주공 일반 분양은 '부모찬스' 등으로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수요자들만의 잔칫상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지난 3일 국토교통가 '2023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반전됐다. 앞으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다주택자에게 중과됐던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가 사실상 폐지된다. 50%였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까지 오른다. 2주택 이상 보유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대 10년이었던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도 크게 줄어든다.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은 3년, 그 외 서울과 인천·과천·광명·하남 등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과밀억제구역엔 1년이 적용된다.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존재하던 2~5년의 실거주 의무도 폐지한다. 현행 12억 원인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과 최대 5억 원인 중도금 대출 한도도 사라진다. 이 경우 분양가와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진다.
최대 수혜자는 당연지사 둔촌주공이 됐다. 일각에서는 둔촌주공 계약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둔촌주공은 입주자 모집 당시 전매제한 8년, 실거주 의무 2년 규제가 각각 적용됐다. 둔촌주공 전용 84㎡는 분양가가 12억3600만~13억2040만원으로 책정돼 종전에는 중도금 대출 역시 불가했다. 이에 따라 계약을 포기하다시피 했던 당첨자들 중 상당수는 다시금 희망의 불씨를 피우고 있다. 분양대행사들도 청약 당첨자들에게는 "대출이 가능해졌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계약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둔촌주공 고비를 넘긴다 하더라도 중소형 증권사들은 PF ABCP 리스크 문제로 살얼음판을 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팩트 DB |
◆ 7231억 원 PF 만기 임박…미계약 불안감은 '여전'
'대마불사' 둔촌주공은 오는 19일로 만기가 예정된 PF ABCP의 차환(리파이낸싱) 부담은 한결 덜어낸 모습이다. 앞서 시공단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이자를 포함한 기존 사업비 7231억 원을 조달했다. KB증권은 5423억 원의 건설사들(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의 사채 발행을 주관했고, 한국투자증권은 1800억 원 규모의 HDC현대산업개발의 자금 조달을 맡았다. 금리는 최대 12% 안팎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계약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불거진다. 한 부동산 PF 관계자는 "현재 둔촌주공이 PF ABCP로 빌린 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기준 계약률은 70%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PF ABCP를 장기대출로 전환하는 제도도 신설한 만큼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지만 금리가 7%에 육박하는 등 부담은 여전히 만만찮다. 마지막 날까지 계약률을 점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둔촌주공 고비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증권업계는 올 한해 PF ABCP 리스크 문제를 안고 갈 수 있다. 특히 비수도권 부동산 사업장 관련 PF ABCP 비중이 큰 중소형사들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일 올 한해 증권업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 "부동산자산 부실화에 따른 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저하 위험"을 지목하기도 했다. 브릿지론, 후순위, 높은 LTV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국내 부동산 PF 확약건 비중이 높아지면서 리스크도 커졌다는 판단이다.
나신평은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매입확약을 제공한 유동화증권을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경우 위험값을 32%로 적용하도록 순자본비율 산정기준을 2023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했지만, PF채무보증건의 확약 실행이 늘어나고 유보되는 이익 규모가 줄어들 것임을 감안할 때 순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도 저하될 전망"이라며 "특히 상대적으로 자본여력이 열위한 증권사일수록 기초자산이 고위험 사업장인 비중이 높아 부동산 관련 자산부실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 크게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도 올해 증권업의 산업과 신용 전망을 각각 비우호적,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한기평은 "증권사들은 보수적인 위험 관리에 나서겠으나 우발채무 현실화와 투자자산 신용위험 확대로 재무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봤다. 한신평은 "당분간 높은 금리 수준과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권업계 전 사업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과거 높은 가격에 집행한 투자와 대출 손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