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정기선 STX중공업 인수 진두지휘...'태양광 부문'도 경쟁
재계 절친이지만 우정보다 시장 장악이 우선
재계에서 '절친'으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각 사 제공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이중삼·정소양·최문정·최지혜·이선영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이중삼 기자]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임인년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2022년 마지막 주, 경제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지난 한 주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산업계에서는 선박용 엔진 전문회사 STX중공업 인수전에 HD현대그룹에 이어 한화그룹도 뛰어들면서 조선업계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특히 재계에서는 '절친 관계'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돈앞에는 우정도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세입자들을 울린 이른바 '빌라왕' 사건이 지난 한 주를 장식했습니다. 많게는 수천여 채의 빌라와 아파트를 보유한 이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세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피해 상황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특히 여러 명의 빌라왕이 함께 범행을 저지른 정황과 한 건물의 주택을 쪼개 보유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업계에서는 한용구 신임 신한은행장의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30일 한 행장의 취임식이 열렸는데요. 취임식에서 한 행장은 임직원들에게 △고객 중심 △디지털 혁신 가속화 △내실 있는 성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강화 △소통과 신뢰 문화를 강조했습니다.
◆ '김동관 vs 정기선' 한살차이 절친 경쟁에 쏠린 눈
-먼저 산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한화그룹이 STX중공업 인수를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중순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실사를 하고 있습니다. 인수 대상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로 인수 금액은 1000억 원 초반대로 추정됩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조선업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이는 선박엔진 사업에 강점이 있는 STX중공업까지 품에 안아 엔진에서 선박까지 조선 분야 전체를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한화가 수직계열화를 위해 STX중공업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엔진과 이중연료(DF)엔진,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엔진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조선업이기 땨문입니다. 특히 선박용 저속엔진 부문에선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 HSD엔진, STX중공업은 글로벌 3대 사업자로서 시장을 삼분할 만큼 출중한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화가 앞서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은 엔진을 자체 제작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STX중공업 인수로 엔진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자연스레 수직계열화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STX중공업이 함정용 소형 엔진 등 방산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화의 방산 부문과 시너지가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 제1도크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
-한화에 앞서 HD현대가 STX중공업 인수를 선언했죠?
-예.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먼저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15일 STX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서 경영권 지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보유하고 있는 엔진 기술을 접목해 중소형 엔진까지 스펙트럼을 다양화하고 그룹 내 조선사업과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조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맞춰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엔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그에 따라 선박엔진 기술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은 재계에서 널리 알려진 절친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이들의 아버지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장충초등학교 동창이며 친구관계입니다. 아버지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나이가 비슷한 또래인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도 자주 만나면서 친해졌다는데요. 지난 2016년 김승연 회장의 모친이자 김동관 부회장의 조모인 강태영 여사의 장례식에 정기선 사장이 조문을 했습니다. 당시 정 사장은 기자들에게 "동관이와 친구라 왔다"고 직접 친한 사이임을 공개했습니다.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이 태양광 부문에서도 시장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와 첨단 소재 부문의 일부 사업을 올해 3월까지 각각 인적·물적 분할해 한화갤러리아(가칭)와 한화첨단소재(가칭)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는 태양광 사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김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입니다. 정기선 사장도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분야로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꼽고 친환경 연구개발(R&D) 분야에 향후 5년 간 7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태양광 모듈 생산 업체인 현대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그룹의 다른 축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 모두 재계 오너 3세이면서 두 그룹의 차기 총수로 거론되는 인물인데요. 이들 절친끼리 선의의 경쟁을 벌여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