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연초 대비 17% 이상 하락
美 금리인상·업황 악화 등에 증권사 '자금 확보' 바람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지수는 연초 개장일 종가인 1월 3일 2988.77에서 폐장일인 이달 29일 2236.40으로 25.18% 하락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올 한 해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지루한 싸움을 지속했다. 증권사들은 악화된 성장성에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까지 더해졌고,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는 등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 美 통화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증시 겹악재 속 하락 행보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지수는 연초 개장일 종가인 1월 3일 2988.77에서 폐장일인 이달 29일 2236.40으로 25.18%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위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마지막 거래일 '5만 전자'로 마감했다. 폐장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0% 내린 5만5300원으로, 1월 3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7만9800원) 대비 30.70% 하락한 수준이다.
코스피 하락에는 1년 내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행한 가파른 금리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지난달 FOMC까지 사상 처음으로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았고 이달 마지막 FOMC를 통해 0.5%포인트 금리를 올리며 '빅 스텝'으로 금리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강달러, 유가 상승 등 악재가 증시를 덮어 올해 내내 상승폭을 제한했다. 풀릴 줄 모르는 시장 분위기에 투심은 싸늘하게 식었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거래대금 규모는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지난해 1월 일일 거래대금 최대치(2021년 1월 11일, 44조4338억 원)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누계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1107억 원(지난 16일까지 기준)을 기록했다.
아울러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증권가는 각종 매각설로 홍역을 앓았다.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부터 KB증권을 비롯한 대형사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감원에 나섰다. /다올투자증권 제공 |
◆ 레고랜드 사태에 떠는 증권가…"유동성 위기 막아라"
상반기 금융시장 환경에 따른 채권운용 손실에 더해 하반기에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기업금융(IB) 딜(deal) 축소 등 실적에 악재가 덮쳤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미이행 사태로 채권시장이 급격한 경색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더해져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상반기부터 업황 악화가 이어진 증권가는 전년 대비 반토막에서 최대 80% 이상 급감한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5개에 달했던 '1조 클럽'(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은 올해 한 곳도 나타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증권가는 각종 매각설로 홍역을 앓았다.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부터 KB증권을 비롯한 대형사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감원에 나섰고 영업점 통폐합, 구조조정, 계열사 매각 등 자금 확보 바람이 불기도 했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얼어붙은 투심으로 인해 유동성이 줄고, 대어급 IPO는 연이어 중단됐다. 증시 불황으로 기관 투심이 낮아지며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에 미달한 기업이 속출했고, 상장 후 주가는 낮은 공모가 마저 상회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실제로 올해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을 미달한 기업 비중은 50%에 달했다.
올해 투자 환경의 악화로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이른바 IPO '대어급' IPO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이 일정을 연기하거나 중단했다.
증권가는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져 당분간 증시 활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7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예상을 종합한 결과 내년 하단과 상단을 종합한 밴드 평균은 2103~2679선이다. /더팩트 DB |
◆ 내년 예상치 2103~2679선…"큰 반등 어려워"
증권가는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져 당분간 증시 활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각 회사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증권사별 내년 연간 코스피 밴드 전망은 최저 전망으로 하단은 1940선(다올투자증권), 상단은 2450선(SK증권)이 제시됐다. 코스피 전망을 제시한 국내 17개 리서치센터의 내년 하단과 상단을 종합한 밴드 평균은 2103~2679선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중단과 시장금리 하락으로 코스피가 상반기 상승한 뒤, 쉽게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부채 리스크, 부동산 시장 침체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하반기부터 정책 전환과 부양책 가동으로 증시가 활력을 띄게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인플레이션 및 중앙은행 긴축과 주요국 침체 리스크로 제약적인 주식시장이 조성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2024년 이후 본격적인 정책 전환과 각국의 부양책 가동을 선반영해 코스피가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