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연비 우습게 넘는 ℓ당 18.2km
'스포츠 모드'에서도 12km/ℓ로 2.5 가솔린보다 고효율 성능 제공
'디 올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모습.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공인 복합연비가 15.7㎞/ℓ(도심 15.4㎞/ℓ, 고속 15.9㎞/ℓ)이지만, 이날 시승에서 18.2km/ℓ를 기록했다. /김태환 기자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지만, 충전 시설 등 인프라 부족에 따른 여러 불편함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그 대안으로 주목을 받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풀체인지 모델로 새롭게 탄생한 그랜저의 경우 하이브리드 모델에 거는 시장의 기대가 크다.
'두 개의 심장'을 품고 등장한 '디 올 뉴 그랜저'가 과연 예비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큼의 효율성을 보여줄지 확인해 보기 위해 지난 21일 직접 운전석에 올라 차량의 성능을 확인해 봤다.
'디 올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엔진룸 모습. 최고출력 180마력의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60마력급 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m를 발휘한다. /김태환 기자 |
시승한 차는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로, 기본 모델에 파노라마선루프, 하이테크패키지, 프리뷰전자제어서스펜션2, 뒷좌석 전동식 도어커튼이 추가된 차량이었다. 주행코스는 서울 양재에 위치한 더케이호텔에서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까지 왕복 74km 거리로 진행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주행모드가 '에코', '스포츠', '사용자 지정' 세 가지가 제공됐다. 내연기관 차량에 있는 눈길주행용 '스노우' 모드와 '노말' 모드가 없다. 사용자 커스텀 모드가 지원되기에 노말모드는 직접 구성이 가능하지만 겨울철 폭설을 대비한 '스노우 모드'가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80마력의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60마력급 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m를 발휘한다. 해당 파워트레인은 싼타페, 기아 K8, 쏘렌토의 하이브리드와 공유한다.
주행은 엔진으로만,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전기모터만 구동하는 세 가지로 이뤄졌다. 각 상황별로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로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구동했으며, 저속 주행이거나 항속 중에는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였다. 주행 중 감속하거나 엔진만 구동될 때는 배터리 충전이 진행됐다.
연비를 중시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기에 우선 에코 모드를 놓고 주행을 시작했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고 천천히 밟자 부드럽게 움직였다. 시속 50km 이하 구간에서는 전기모터로만 구동하거나, 모터 개입이 많이 들어왔다. 대형차에 1600cc 엔진을 장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힘이 모자란 느낌은 전혀 없었다. 터보인데다 전기모터가 적극 개입하면서 모자란 힘을 보강해줬다. 시속 80km 정속 주행을 할 때도 분당엔진회전수(rpm)는 1400~1600을 유지했다. 이는 3.3모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3.3 가솔린 모델과 비교했을때 정숙성은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시동을 걸때나 저속 구간에서 다소 엔진소음이 차내로 유입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시끄럽거나 귀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소 이질감이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주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약간의 이질감조차 신경쓰이지 않았다. 회생제동시스템은 강하게 개입하지 않는 편이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거나 아주 약간 빠르게 감속됐다. 오히려 엔진이 구동될 때 배터리 충전이 더 많이 됐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엔진이 적극 개입했다. 에코모드에서 rpm이 2000을 넘기기 힘들었지만, 스포츠에서는 가속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3000~4000으로 상승했다. 3.3 가솔린 모델은 출력이 높지만 다소 반응이 느리다는 인상이었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매우 즉각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밟으면 바로 차가 튀어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인상을 줬다. 전기모터가 보조하면서 가속성능이 개선된 결과로 보인다. 스포츠모드에서는 2.5 가솔린 모델과 유사하거나 조금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줬다.
서울 도심,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골목길 등 복합 상황에서 주행한 '디 올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연비. 18.2km/ℓ로 공인 복합연비(15.7km/ℓ)보다 높은 효율을 보여줬다. /김태환 기자 |
무엇보다도 하이브리드 최대 장점인 연비가 인상적이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은 공인 복합연비가 15.7㎞/ℓ(도심 15.4㎞/ℓ, 고속 15.9㎞/ℓ)이다. 이날 서울 도심주행,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골목길 등 복합 상황에서 에코모드로 주행했을 때 연비는 18.2km/ℓ를 기록했다. 공인연비보다 2.5km/ℓ 더 나온 셈이다. 같은 조건으로 스포츠모드 주행시 연비는 12.2km/ℓ를 기록했다.
에코모드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 배분이 6:4였다면 스포츠모드에서는 8:2 수준이었다. 엔진 구동이 많은만큼, 배터리 충전이 더욱 빨라졌다. 장거리 운행을 할 경우 에코모드로 주행하다가 배터리 잔량이 적으면 스포츠모드로 달려 충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하다.
승차감은 기존 가솔린 모델과 더 우수한 성능을 제공했다. 전방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전 모델 중 유일하게 적용됐다. 이는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차량에 적용되던 사양이다. 요철이 있는 구간을 통과해도 차량이 좌우로 요동치지 않았으며 과속방지턱을 다소 급하게 넘어도 출렁임 없이 차량을 잡아줬다. 너무 딱딱하지도 않게 움직여 마치 '구름 위를 떠간다'는 느낌을 줬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가격(개소세 인하 및 세제 혜택 반영)은 4233만~5121만 원이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