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명령·보증사고·사고액 일제히 최고치
원희룡 "인천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 설립 추진"
수도권을 중심으로 '깡통 전세'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부동산) 모습. /최지혜 기자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주택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낮아지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떼여 보증사고를 당하거나 세입자가 법원에 반환신청을 넣은 사례도 급증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빌라(연립주택)를 중심으로 시작된 전세피해는 아파트까지 번졌다. 정부는 피해지원센터를 추가 설치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의 법률과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1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법원에 신청된 서울지역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는 3719 건으로, 12월 집계치를 빼고서도 연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54 건과 비교하면 25.9% 증가한 수준이다. 연내 건수도 꾸준히 늘어 1월 202 건에서 11월 580 건으로 급증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세입자의 신청으로 법원이 내리는 명령이다.
이 기간 수도권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인천의 신청 건수는 2685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었다. 경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3198 건의 임차권등기명령이 접수됐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늘며 보증사고도 늘었다. 대부분의 보증사고는 수도권에 몰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852 건의 보증사고가 발생했으며 전체 건수의 92%에 해당하는 786 건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서울에서 전체의 32.5%에 달하는 277 건의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32.1%를 차지한 인천이 274 건, 27.5%인 경기가 235 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서구에서 전체 사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1 건의 사고가 나왔다. 이어 구로구(28 건), 양천구(27 건), 금천구(25 건), 동작구(20 건) 등의 순으로 사고가 많았다.
임대차 계약 대비 사고 발생 비율은 인천이 10.8%로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상회했다. 인천의 전‧월세 임차인 10명 중 1명 꼴로 보증사고를 당한 셈이다. 인천 내에서 부평구(74 건), 미추홀구(73 건), 서구(66 건), 남동구(36 건) 등을 중심으로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전세 보증사고로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액은 월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보증사고로 인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은 지난달 1309억 원(606 가구)에 달했다. 전월 1087억 원보다 20.4% 급증한 금액이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18일 인천 미추홀구에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김재경 기자 |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은 주택가격이 전세가격보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보다 매매가격 하락 폭이 큰 빌라(연립주택)의 경우 깡통전세에 취약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연립주택의 올해 1~11월 누계 전세가격은 0.19% 내렸는데, 매매가격은 이보다 큰 0.77% 빠졌다.
수도권의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수도권 연립주택의 전세가격은 0.32% 하락했는데, 이는 매매가격 낙폭 0.8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천의 경우 매매가격이 1.52% 내리는 동안 전세가격은 0.28% 하락에 그쳤다.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전세보증금보다 저렴해진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전세 사기 대책을 논의하는 관계 기관 6곳 간담회를 열어 "미추홀구를 포함한 인천을 가장 첫 대상으로 삼아 구체적인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에 피해지원센터를 설립도 추진한다.
현재 정부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는 서울 강서구에만 설치돼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아파트까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번졌다. 이 지역의 19개 아파트에서 651 가구가 전세 사기 피해를 당했고, 이 가운데 6개 가구는 경매에 넘어가 낙찰됐다. 원 장관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소득이나 자산 요건 때문에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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