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줄줄이 교체…금융당국 입김 작용 해석 나와
신한·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 수장 인사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연말을 맞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 수장 자리에 예상 밖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신한금융은 최근 차기 회장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내정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을 높게 점쳤지만, 조 회장이 세대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고려해 용퇴를 결정했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진옥동 내정자는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며, 내외부의 역량을 축적하고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유했다"며 "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확장과 성과 창출을 보여줄 적임자"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수차례에 걸친 심도 깊은 논의와 심사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했으며, 심층 면접 진행 후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석준 후보자를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보고 있었다. 지난 2021년 1월 손 회장이 취임한 후 올해 3분기까지 농협금융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석준 후보자가 내정되면서 '내부출신'이었던 손병환 회장의 연임은 무산됐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DLF 관련 사법리스크를 털어버린 만큼 손 회장의 재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최근 금융권 수장들의 교체 분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최근 우회적으로 금융권의 세대교체를 시사했고, 이를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자리에서 "유능한 경영진을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의 중요 책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세대교체를 주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NH농협금융 회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예전 권위주의 시대처럼 CEO 선임에 개입한 일은 없다. 반시장적 방법을 사용한 적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금융이 규제산업인데 CEO 선임을 앞두고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리스크를 살피는 것은 금감원의 책무"라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BNK금융지주는 금융당국 때문에 외부인사를 CEO로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까지 바꿨다"라며 "당국에서는 CEO 선임에 개입한 일이 없다고 말하지만 위원장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금융사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권 인사인데 외풍이 많이 부는 것 같다는 느낌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