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왝더독 현상, 다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소수 집단 행위에 국책사업도 빨간불
화물연대, 전체 화물차주 5% 가입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시멘트, 철강, 정유화학, 자동차 등 분야를 막론하고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분야를 막론하고 연일 이어지는 파업, 시위에 일반 시민들의 피해는 물론 산업계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30일 각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이날 오전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63%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시멘트 출하량은 29일 기준 2만1000t으로 성수기 대비 10분의 1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물류 대란이 심화하면서 그 여파는 자동차, 철강 업계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이슈로 가뜩이나 출고적체에 시달리고 있는 완성차 업계는 직원들이 직접 제작이 완성된 차량을 직접 운전해 이송하는 '로드 탁송' 체제로 전환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서고 있지만, 인건비를 비롯해 하루 약 5억 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철강 업계 역시 화물차 출하 자제가 지속되며 평일 일평균 대비 출하량이 반토막 났다.
또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기사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하면서 전국 주유소 곳곳에서는 휘발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고객을 돌려보내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기사들이 대거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면서 전국 주유소 곳곳이 휘발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 직면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남용희 기자 |
일부 단체·집단의 시위로 빨간불이 켜진 것은 국책사업도 예외가 없다. 초대형 국책사업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의 경우 내년 2분기에 착공해 2028년 1분기 개통 예정인 GTX-C 노선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우회안 요구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370여 명에 달하는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일반 주택가에서 현수막과 피켓은 물론 확성기 등을 사용해 장기간 시위를 지속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시위 참가자 숫자를 늘리기 위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일부 주민들이 시위 참가자에게 현금 지급을 제안한 정황도 드러났다. 시위 참여 인원은 전체 4424가구 2만여 입주민의 2%에도 못 미친다.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막무가내식 요구로 인해 노선안 확정이 미뤄지면서 설계 등 착공을 위한 제반절차도 여의치 않아 내년 착공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아울러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요구대로 사업이 수정될 경우 추가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상당 부분을 이용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로 확산하는 시위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에 비유한다. 왝더독 현상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의미한다.
정부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을 거부하고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역시 시위에 참여 중인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과 마찬가지로 전국 44만여 화물차량 차주 가운데 단 2만2000명(약 5%)이 가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내년 2분기에 착공해 2028년 1분기 개통 예정인 GTX-C 노선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우회안 요구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더팩트 DB |
특히, 일부 단체 및 집단의 쟁의행위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일부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파업 불참을 이유로 운행 중인 비노조원 화물차를 향해 쇠구슬을 쏘거나, 운행을 가로막고 욕설을 하는 등 노골적인 실력 행사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 역시 GTX-C 사업의 담당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일반 주택가에서 무리한 시위를 벌이고 있어 사업과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볼모로 한 무리한 시위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가운데 73.4%가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일부 업종이나 분야에 피해가 한정되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소수가 다수의 뜻을 왜곡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해 관계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논의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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