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R&D인력 75% 감축…롤베돈 상업화 비용에 집중 투입"
한미약품은 지난 25일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보완 요청 서한인 CRL을 수령했다. /문수연 기자 |
[더팩트|문수연 기자]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의 미국 진출이 불발된 가운데 스펙트럼이 지난달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롤베돈'의 시장 확대에 집중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5일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보완 요청 서한인 CRL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CRL은 FDA가 승인을 위해 의약품 허가 신청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 회사에 보내는 보완 요청 공문을 말한다.
포지오티닙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HER2 엑손20 삽입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12월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했으며, 미국 항암제자문위원회(Oncology Drug Advisory Committee)는 지난 9월 23일 FDA의 시판허가 여부 결정에 앞서 포지오티닙이 환자에게 주는 현재의 혜택이 위험보다 크지 않다고 표결(9:4)했다. 이번 FDA의 결정은 당시 항암제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따른 것이다.
FDA의 신속승인이 불발되더라도 임상 3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정성을 입증한 뒤 다시 FDA 승인을 추진할 수 있지만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에 대한 개발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FDA 통보 이후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 과제의 우선순위를 즉각 낮추고, 지난 9월 FDA 시판허가를 받은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 '롤베돈(한국명: 롤론티스)'의 마케팅 및 판매에 회사 자원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펙트럼은 올 연말까지 'R&D 부문 인력 75% 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절감한 운영자본을 롤베돈 상업화 비용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스펙트럼 톰 리가(Tom Riga) 사장은 "어려운 결정이지만 이 같은 방침이 스펙트럼과 우리 주주들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며 "포지오티닙에 대한 향후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베돈'이 지난달 23일 미국 전역에서 출시됐다. /한미약품 제공 |
스펙트럼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이미 허가를 받고 출시된 경쟁 신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FDA는 지난해 얀센의 '리브리반트'와 다케다 제약의 '엑스키비티'를 허가했으며, 지난 8월에는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엔허투'고 허가했다. 스펙트럼이 임상 3상 후 미국시장에 포지오티닙을 출시한다고 해도 시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월 리브리반트, 7월 엑스키비티를 시판 허가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 16일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는데, 글로벌 임상 3상의 일환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만큼 추가 진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포지오티닙의 미국 진출은 불발됐지만 한미약품은 지난 10월 23일 미국에 출시된 롤베돈 매출로 로열티 수익과 원료 공급 수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포지오티닙에 대한 최종 결과 확정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롤베돈 매출로 로열티 수익과 원료 공급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악재 이슈는 해결됐다고 본다"며 "내년부터 실적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탄탄하기에 관련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