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올 초 대비 60% 가까이 주가 하락
중소형 증권사 배당수익률 최대 10%까지 높아져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주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증권지수의 이달 중 최고치는 종가 기준 587.22였다. 올해 초인 1월 중 최고치 784.59 대비 25.15% 하락한 수준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올해 지속된 업황 악화와 함께 주가가 하락한 국내 증권사들이 주가 부양책 중 하나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특히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이 두드러지고 있어 일각에선 저점 매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주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증권지수의 이달 중 최고치(16일 기준)는 종가 기준 587.22였다. 올해 초인 1월 중 최고치 784.59 대비 25.15%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인 17%를 크게 웃도는 수치를 보였다.
개별 종목으로 살펴보면 주가 낙폭이 더욱 심하다. 지난 1월 3일과 지난 15일의 주가를 비교하면 한화투자증권이 6710원에서 2695원으로 59.83% 하락했다. 한양증권은 37.63%(1만5250원→9510원), DB금융투자는 37.63%(6620원→4400원), 유안타증권은 33%(4000원→2680원), 유진투자증권은 28.01%(3605원→2595원), 한국금융지주는 28.44%(7만9800원→5만7100원) 내렸다. 이 외에도 증권주 전반이 20%~60%가량 하락했다.
증권사들은 올 초부터 이어진 금리인상 기조와 증시 부진 여파 등으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주가도 바닥을 쳤다. 하반기에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악화 등이 투심에 악영향을 끼쳐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증권사들로부터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방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가가 크게 하락한 중소형사의 경우 임원들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이사는 교보증권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8일과 9일에도 2500주씩 사들였다.
최석종 다올투자증권 부회장은 지난달 13일부터 28일까지 5차례에 걸쳐 총 2만741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당 취득 단가는 3284원으로, 약 9108만 원 규모다. 정진욱 한양증권 상무대우는 지난 1일 2000주를 매수했다. 김세중 상무는 지난달 다섯 차례에 걸쳐 7538주를 장내 매수했다.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2월부터 꾸준하게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 9월과 10월에는 총 1만447주를 장내 매수했다.
임원진을 중심으로 주식 매입이 잇따르는 점을 볼 때 저가 매수 타이밍이 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유안타증권과 부국증권의 배당수익률은 7~8%대를, 한양증권은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더팩트 DB |
업계에선 임원진을 중심으로 주식 매입이 잇따르는 점을 볼 때 저가 매수 타이밍이 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저점을 찍어 실제로 상승한다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배당수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현재 주가 급락으로 다수 증권사의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상태다. 배당수익률은 주당배당금(DPS)을 주가로 나눈 값을 뜻한다. 최근 유안타증권과 부국증권의 배당수익률은 7~8%대를, 한양증권은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아닌) 임원 개인들의 자사주 매입의 경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주가가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내부 정보와 회사 가치 판단에 밝기 때문"이라며 "배당률이 높은 회사의 경우 배당금도 챙길 수 있어 주가 할인을 이용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직까지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 주가 저점 신호로 보기엔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고랜드로 불거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 불이행의 후폭풍이 4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PF 부실화 가능성은 신규 PF딜 감소와 IB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거래대금 감소뿐 아니라 부동산 PF에서 대손비용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이자부문 수익성도 약화돼 업종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