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 '시스템 구축 미비' 불안도
"금투세 세부담 연간 1조5000억 원 달할 것"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둘러싸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외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큰손들이 떠나면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식에 투자해 연간 5000만 원 이상 소득 시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 원 초과 소득 시 25%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0년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마련된 금투세는 당초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투자 활성화 등을 위해 금투세 도입을 2년(2023년→2025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은 '유예란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 시 과세 대상자는 15만 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10년간 평균 주식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다. 현재 주식 거래 관련 과세 대상이 1만5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10배 수준이다. 금투세로 인한 세부담은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계산이다.
야당발 금투세 강행 기조가 이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좌불안석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의결이 이뤄지는 이달 말까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간헐적으로 집회 및 시위를 개최하겠다는 방침까지 정한 상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1400만 명 개인투자자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법안이 부결된다면 주식시장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민주당사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낸다는 원칙 자체는 맞는 말이라고 보지만, 주식시장 '큰손'들이 금투세를 피해 해외 증시 등으로 옮겨가면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단기적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등재된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금투세를 유예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은 근 2주 만에 '상임위 회부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채웠다.
지난달 12일 청원인은 "금투세는 외국계와 기관 등은 부담하지 않는 개인투자자의 독박과세이고, 거래세폐지의 수혜자는 중개수익이 늘어날 증권사와 단기매매비중이 높은 기관, 외국계 등"이라며 금투세 도입 유예 필요성을 피력했다.
업계의 혼선도 크다.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원천징수시스템 구축에 나섰던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의 금투세 2년 유예 방침에 속도 조절에 들어갔으나 최근까지도 그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아 혼란을 빚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과세 시점과 상관없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행 유예를 염두에 뒀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