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현안에 '금융 규제' 개혁은 뒤로
고환율·고물가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레고랜드·흥국생명 발 자금경색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시한폭탄'인 마냥 위태위태한 상황으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고환율·고물가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레고랜드·흥국생명 발 자금경색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시한폭탄'인 마냥 위태위태하기 때문이다. 김주현 위원장이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다소 존재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11일 취임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안정'을 최대 과제로 떠안았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주요국들의 통화긴축이 가속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함이다.
최근 연준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만간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연내 8%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잠재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민·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가 불러온 자금경색 우려도 김 위원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흥국생명 사태까지 시장에서 대기업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으로 급속도로 경색이 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 원 규모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혔다가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된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24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월 한전채가 2조 원 이상 발행되고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시중 채권 자금을 다 빨아들였다"며 "지금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뒷북 대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주현 위원장도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한 번에 안 하고 몇 번에 나눠 한 모습이었는데 저희가 미숙했다"고 답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가 불러온 자금경색 우려도 김 위원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더팩트 DB |
흥국생명 사태 관련해서도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 이행 과정에서 금융당국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시장에선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라면서도 "대응 과정에서 조금 더 선제적으로 하고, 항상 플랜B를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김주현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과감한 규제 개혁'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취임 당시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도록, 불가침의 성역 없이 기존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낡은 규제들도 과감히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7월 19일 '금융규제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금산분리, 비금융 정보 활용 등 전방위적 규제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금융 개혁'에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만큼 민생경제 현안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김주현 위원장이 취임하면 과감한 규제 개혁을 진행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